[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54) 경주 어린이 박물관 학교

신라 천 년의 수도 '경주'. 아이와 여행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과 볼거리를 쏟아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경주가 아닐까? 경주는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부터 역사 속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거리마다 쏟아진다.

어떤 곳을 들러도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체험이 있는 풍성한 곳이다.

겨울방학을 보내기가 못내 아쉽다면 이쯤 해서 경주로 발길을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국립경주박물관(경주시 일정로 118, 054-740-7591)은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박물관-경주 어린이 박물관 학교'가 있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국립박물관이 다 그러하듯 경주박물관 역시 무료 입장이다. 박물관 관람을 계획할 때는 월요일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월요일은 대부분 휴무이기 때문. 정문을 통과해 걷다 보면 깊은 울림의 '댕∼' 종소리가 들려온다. 이 소리가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선덕대왕신종'이 있는 종각이 있는 곳까지 안내한다. 지금은 종에 균열이 가는 것을 막으려고 직접 타종은 하지 않고 녹음한 소리를 일정 간격으로 들려준다. 그리고 고고관을 중심으로 왼편에 특별전시관이 있는데 이 전시관 지하에 어린이 박물관이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옥외전시관에는 범종·석탑 등 석조품 1100점이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 습관처럼 관람 방향을 선덕여왕 신종을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돌기 때문에 지나치거나 제일 나중에 들러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 유물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박물관에 들러 체험을 한 후 관람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물관 내에서 판매하는 체험 재료도 있지만 더 많은 체험을 원한다면 어린이 박물관 입구에 있는 휴게소에서 체험재료 세트(2000원)를 구입하면 더 편하다. 프로타주와 탁본에 필요한 종이(장당 100원)는 어린이 박물관 내에서도 판매를 하지만 아이클레이는 휴게소에서만 판매하기 때문.

정문에서 조금 걸으면 선덕대왕신종이 있는 종각을 만날 수 있다. 현재는 직접 타종하지 않고 녹음한 종소리를 들려준다.

탁 트인 시야 속으로 박물관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체험 위주이다 보니 자유롭다. 영상에 익숙한 아이의 시선을 끄는 것은 '설화 이야기' 체험. '알에서 태어난 첫 임금 박혁거세', '금궤에서 나온 아이 김알지', '연못에 비치지 않는 탑 석가탑' 등 백제와 신라시대 인물과 유적에 대한 설화 이야기에 잠시 눈과 귀를 빼앗긴다.

평소에 접하던 블록과 다른 '문화재 블록 조립하기'도 인기 코너다. 신라의 탑들인 황룡사 9층 목탑과 첨성대, 석가탑 등의 모형 블록을 요리조리 조립해가며 석탑 세는 법, 첨성대의 원리 등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굽다리 말무늬 목 항아리'와 '토우 장식 목 항아리'를 맞춰보는 코너를 미리 경험한다면 박물관 관람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듯.

12지상 동물 탑본 찍기와 색연필을 쓱쓱 굴려 선덕여왕신종 프로타주 해보기 등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흥미롭게 체험해 볼 수 있다. 향가를 직접 들어볼 수도 있는데 뜻밖에 아이들이 집중한다.

우리나라 고유 시가인 향가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코너. 생소한지 아이가 신기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어린이 박물관 관람을 마친 후 선사시대의 돌도끼부터 고대 왕국 신라의 금관까지 만날 수 있는 고고관과 신라의 미술문화,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미술관, 그리고 경주 안압지에서 발견된 3만여 점의 통일신라시대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는 월지관까지 둘러 보며 아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루하지 않게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범종과 석탑, 석불 등 석조품 1100점이 전시된 옥외전시관으로 나와 탁 트인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박물관에서 본 곳을 직접 찾아 오후 계획을 잡아보는 것도 좋다. 홈페이지(gyeongju.museum.go.kr)에 들어가면 그날그날 진행하는 행사와 교육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경주 안압지에서 발견된 3만여 점의 통일신라시대 문화재 중 엄선한 300여 점을 주제별로 전시하고 있는 월지관 내부. 4 '굽다리 말무늬 목 항아리'와 '토우 장식 목 항아리'를 직접 맞춰볼 수 있는 코너에서 부모와 아이가 체험을 하고 있다.

어릴 적 수학여행으로 당연히 와봤던 곳, 그래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경주이지만 사실 경주는 1박 2일로 계획하고 오기에는 아까운 여행지다. 방학이 끝나기 전 아이들과 경주박물관을 중심으로 인근 유적지 등 동선을 잡아 계획을 세워보자. 아이와 함께 경주 지도를 펴놓고, 머리를 맞대 일정을 잡아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

경주박물관은 내달 24일까지 '경주박물관과 함께하는 겨울방학'을 진행한다. 평일에는 탑 이야기와 십이지 올해의 띠, 비단길 따라온 문화재라는 세가지 주제로 연다. 주말에는 가족을 대상으로 '우리 가족 박물관 여행'을 진행하는데, 현재 신청가능한 교육은 '전시실에서 나누는 대화'(1월 26일, 어린이 박물관 강당)다. 불상과 보살상의 얼굴을 주제로 감상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불상 그리기 등을 체험한다.

아이들에게 인기인 '문화재 블록 조립하기' 코너. 황룡사 9층 목탑과 첨성대, 석가탑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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