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기 작업 등 애쓴 결과, 새우·고둥·재첩 등도 서식

김해시 한림면 명동리 인현마을 도랑에 오염되지 않은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현마을은 지난해 환경 봉사 단체인 '화포천 환경 지킴이'와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인 곳이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가 인현마을 도랑에서 수생동물을 모니터링한 결과 가재, 삼각산골조개, 다슬기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민물 새우, 돌 아래 좁은 틈에 알을 붙여 낳는 밀어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현마을 송점복(56) 이장은 일부러 확인하려고 도랑에 통발을 놓아본 적이 있다. "도랑 살리기를 하고부터 새우, 소라, 고둥, 도롱뇽이 보인다. 재첩도 많이 서식한다. 전에 없던 현상이다. 물이 1급수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그만큼 깨끗하다."

김해 인현마을 도랑에서 발견된 가재. /화포천 환경 지킴이

올해는 주민들과 함께 도랑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버리지 않는 실천 활동에 더 힘쓸 계획이다. 송 이장은 "가정에서는 EM 세제와 비누를 쓰고,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마을로 조성할 생각"이라며 "물도 환경도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산다. 지구가 너무 오염됐다. 마을 주민들 교육과 더불어 실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야말로 '공장 숲'인 김해에서 과연 가재 같은 1급수 생물이 살고 있을까 의심쩍어했는데, 이번 발견에 주민들과 화포천 환경 지킴이 모두 놀라워했다.

화포천 환경 지킴이 이종우 회장은 "원래 이곳 물이 좋았고, 도랑 살리기로 이번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단기간에 수질을 바꾼 게 아니지만, 수질이 안 나빠지도록 풀베기나 물길을 내주는 작업 등으로 꾸준히 애써왔다. 그러면서 숨어 있던 가재 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도랑 살리기 가운데 여러 작업을 벌여 지저분한 곳에서 참게들도 밖으로 나왔고, 지금은 고둥도 놀고 있다. 조개 종류, 피라미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포천 환경 지킴이는 인현마을 사례를 계기로 올해 '도랑 사후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담안마을, 어병마을, 인현마을, 하사촌마을 등 기존 도랑 살리기를 진행한 곳에서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한 해 하고 나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바람에 사후 관리에 미흡할 수 있다"면서 "1급수에 서식하는 생물이 많이 발견되는 만큼, 앞으로 인현마을 도랑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해 보존하면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또, 이곳을 생태체험학습장으로 가꿔 김해시 도랑에서부터 낙동강까지 살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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