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성장과 사회적 성인 '간극'…부모 생각·행동도 바뀌어야

사춘기 때 육체적인 변화와 정서적인 변화, 그리고 이런 것들을 둘러싼 사회적인 변화는 이전 세대와 많은 차이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사춘기 환경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전 사회, 가깝게는 조선시대 말 무렵과 비교해봐도 성(性)과 관련해 가장 많이 변화한 사회적인 환경은 지식과 정보이다.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사춘기 청소년이 성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아는 방법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사춘기를 먼저 경험한 비슷한 연배의 친구나 몇 살 위 형들의 경험담이 주된 통로였다.

당연히 잘못되었거나 과장된 경험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빨리 접하고 또 공개적으로 접한다. 유치원부터 기본적인 성교육을 시행하고 인터넷을 조금만 뒤적여도 정보가 차고 넘친다.

경험 있는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권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한편으로 위험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른이라는 권위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번째 변화된 환경은 성인으로 인정하는 나이, 즉 사회적인 성인으로 인정하는 시기이다. 이전 농경사회에서는 남자가 15세를 넘으면 관례(冠禮)라는 의식을 통해서 성인으로 인정했다. 농사를 짓는 공동체에서는, 이 나이 무렵 쌀가마니를 등에 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성인으로 인정해 새경(품삯)을 성인 몫으로 쳐줬다고 한다. 여자는 20세가 되기 전에 혼인을 하여 출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춘기 후기 무렵이면 사회적 성인으로 인정받았고 혼인하는 때도 잦았다.

요즘도 만 20세가 되는 해를 성년의 날이라 해 축하한다. 하지만 어른이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또래끼리 서로 챙겨 주는 것으로 개인적인 축하의 의미가 더 크다. 현대사회는 몸은 어른이 되었어도 사회적인 역할에서는 어른 대접을 하지 않고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육체의 성장은 이전 시대에 비해 빨라졌는데 어른이 되는 시기는 오히려 늦어졌다. 육체적으로 성장한 성인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성인, 그 간격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넓어졌다.

이전 사회는 몸이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여 성적인 에너지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한 세기 사이에 변화한 사회적인 환경이 육체를 강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초기 사춘기에는 어른을 흉내 내고 싶어 하지만 사춘기 후기가 되면 스스로 이제는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몸은 성인인데 환경은 학생으로 통제를 받아야 하고 공부만 해야 하는 아이. 이렇게 생물학적인 성인과 사회적인 성인 사이의 시간 간격이 길어질수록 부모들은 그 간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또한 많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십 년 사이에 빠르게 변화해 온 사회적인 환경을 부모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성인이 되어가는 자식을 대하면서 부모의 생각과 행동도 자식과 함께 변화할 때 아이들의 사춘기는 건강해질 것이다.

/아이한의원 옥상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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