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앤 공감]찜질방

주말을 맞은 창원지역 어느 찜질방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입장료를 내고 옷을 받고 들어가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입장료는 어른 9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사우나만 이용하면 5500원(어른)이다.

남녀 사우나실 안에는 각각 찜질방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 사우나만 이용하는 이들은 옷을 받지 못했기에 찜질방 이용을 할 수 없다.

찜질방 복장은 일정하게 나뉘어 있다. 성인 남자는 주황색, 성인여자는 짙은 자주색, 청소년은 녹색·주황색, 남자 어린이는 녹색, 여자 어린이는 옅은 주황색 등이다. 찜질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눈에는 마치 종교집단처럼 보일 법도 하다.

   

수건으로 일명 양머리를 하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는데, 이젠 철 지난 걸까? 이곳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양머리 한 이에게는 어색한 눈빛이 전달된다.

어느 젊은 남녀는 방금 들어온 듯 한쪽에 앉아서 어떻게 시간 보낼지 '작전'을 짜고 있다. 의견이 맞지 않은 듯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다 이용해 보자. 찜질방도 종류마다 다 한 번씩 들어가 보고."

"난 한쪽에서 잠이나 푹 잘래."

"찜질 안 할 거면 찜질방에 왜 왔노."

여기저기 잠을 청하는 이들이 널려있다. 좀 한적하고 아늑한 공간은 누군가 빠져나가면 눈독 들이고 있던 다른 이가 금세 차지한다.

이곳 찜질방에는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다양하다. 온종일 뒹굴뒹굴할만하다. 만화방·PC방·전자오락실·노래방·유아놀이방·독서존·수면실·라이브무대·커피하우스·스낵코너·식당·헬스클럽이 있다. 곳곳에 대형 TV가 있고, 잡지도 비치돼 있다. 찜질방은 암염방·얼음방·천연옥방·피톤치드방·고온 불가마방·원적외선방 등 다양하다.

   

천연옥방에는 10살 남짓 된 여자아이 둘이 들어와서는 자리 잡는다. 아주 익숙한 듯 다리 위에 수건을 깔고 바닥에 널려있는 자갈을 얹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동안 있더니 나지막하게 "이제 조금씩 땀이 난다"고 한다. 한쪽에서 자기 또래 되는 다른 여자아이가 자갈로 장난을 치자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린다. 이를 보던 아줌마 무리에서는 "쟤들 하는 게 영판 우리 같다"라며 깔깔거린다.

땀을 좀 식히려는 이들은 얼음방을 찾는다. 하지만 어른보다는 아이들 차지다. 바닥이 꽤 찬데도 한 남자아이는 두 손을 배에 얹고 누워서는 이 시원함을 즐기고 있다.

먹을 걸 집에서 싸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느 무리는 한쪽에 자리 펴더니 가방에서 과일·과자·빵·음료수 등을 한 아름 꺼내놓는다. 저 많은 걸 언제 다 먹을까 싶기도 하지만, 수다 떠는 사이 음식은 금세 사라진다. 오히려 스낵코너를 찾아 모자란 군것질거리를 보충한다.

스낵코너는 사람들로 줄이 끊어지지 않는다. 구운달걀·식혜는 여전히 인기다.

아예 식사하려는 이들은 식당으로 향한다. 분식뿐만 아니라 한식류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이곳 찜질방에서는 현금이 없어도 된다. 손목에 차고 있는 키로 결제할 수 있다. 손목에 차고 있는 키가 곧 신용카드인 셈이다. 당장 현금 나가는 게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아이들도 이곳저곳에서 손목 키를 내밀며 결제하기 바쁘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15분에 2000원 하는 안마기에 누워 어른들 못지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찜질방 나갈 때 이용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데 "이렇게 많이 나왔나"라며 깜짝깜짝 놀라는 이가 적지 않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따가운 눈총을 그제야 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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