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등급 전통시장의 몸부림] (1) 사천 곤양시장

경남도와 기초자치단체가 도내 일부 소규모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도내 185개 시장 중 상권 매력도·시설·경영·마케팅 등 경쟁력 요소가 매우 약해 E등급에 속한 28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등급 상향 조정이 가능한 곳을 물색해 예산을 지원, 특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상지는 사천 곤양시장, 고성 배둔시장, 산청 단계시장, 함양 마천시장, 합천 가야시장으로 모두 5곳. 이들 5개 전통시장 특성화 사업이 어찌 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사천시 곤양면 남문외리에 있는 곤양시장은 5일장으로 한때 곤양·곤명·서포 등 서부 3개 면에서는 규모가 가장 클 정도로 성세를 누렸던 전통시장이다.

하지만, 대형 유통매장의 증가는 물론 상권 매력도 등 경쟁력 요소가 매우 약한 E등급으로 분류되면서 그동안 중소기업청의 시설현대화 사업 운영지침상 예산지원 우선순위에서 제외돼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침체일로를 걸었다.

사천 곤양시장 전경. /사천시

△부도, 그리고 공영시장으로 전환 = 사천지역에서 유일한 E등급 시장인 곤양시장은 지난 1996년 상인과 지역투자자들이 곤양종합주식회사를 결성하고, 2000년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곤양종합시장을 탄생시키는 등 여러 상인이 입주하는 복합상가로의 발전을 꿈꿨다. 하지만, 곤양종합시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낮은 분양률로 부도를 맞게 됐다. 입주희망자를 찾지 못해 법원에서 매각 결정을 내렸고, 이후 수차례 유찰을 거듭했다.

곤양지역 상인들과 지역민들은 사천시가 곤양종합시장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다시 분양해 공영시장으로 유지해 주기를 희망했다. 사천시는 2009년께 시비 9억 원과 리모델링비 2억 원을 편성, 입찰에 나섰다. 애초 17억 원의 감정평가를 받았던 곤양종합시장은 유찰이 계속됐고, 예정가격도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2009년 8월 4차 경매에서 한 개인이 사천시보다 높은 10억 원을 제시하면서 사천시가 낙찰받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개인이 낙찰을 포기해 다시 경매에 부쳐졌고, 최종 입찰에서 사천시가 9억 5000여만 원에 건물을 사들이게 됐다. 이로 인해 곤양종합시장은 사천시가 계획했던 공영시장으로 전환될 기회를 맞게 됐다.

△활성화 모색에 나선 사천시 = 곤양시장을 사들인 사천시는 분양방식이 아닌 임대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 분양 방식을 고수할 경우 투기세력의 작전 우려와 영세 상인들의 형편상 낮은 분양률로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고 저가에 상인들에게 공간을 임대해 주기로 한 것이다.

특히, 사천시는 '한우'로 유명한 전남 장흥의 토요시장을 벤치마킹해 '한우먹거리 장터'로 특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비 1억 2500만 원, 시비 1억 7500만 원 등 모두 3억 원의 사업비와 결산추경에서 8000만 원을 확보, 곤양시장 A동 2층 661.157㎡(200평)를 한우먹거리 장터로 구조 변경하고 전반적인 시설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장등급 상향 조정을 위해 50명 이상이 참여하는 상인회를 결성하고, 경남도에 E등급 시장 상향조정과 특성화 계획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곤양시장 인근에 있는 식육점을 비롯한 식당 업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사천시가 이를 어떻게 조율하는가에 따라 한우먹거리장터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한우와 관광지 알리기 = 곤양지역에는 한우 사육 대단지가 있지만,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사천시는 한우를 박리다매하는 매장을 만들어 지역 한우를 알리고, 방문객 유입으로 관광객 증가를 노리고 있다. 한우 먹거리 장터는 주차시설이 용이한 곤양시장 내 2층 일부(619㎡)를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것으로, 이곳에는 1개 업체가 입주해 정육 코너와 함께 판매장과 식당을 운영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특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하는 '한우 먹거리 장터'는 현재 공정률 50%로 오는 2월 말께 준공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천시는 오는 25일까지 입주 희망자를 모집한다. 지원 대상은 공고일(1월 16일) 기준으로 사천시에 소재한 회원 10인 이상의 한우 법인과 단체이다.

입주자 공모를 통한 민간투자 방식으로 운영될 한우먹거리 장터는 향후 3년간 분양면적이 650㎡이며, 시는 입주자에 대해 총 사업비 3억 8000만 원을 들여 내부수리(인테리어) 공사를 지원한다. 자세한 내용은 사천시청 지역경제과(831-3055)로 문의하면 된다.

사천시 관계자는 "한우먹거리장터는 향후 다솔사, 세종태실지, 비토섬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탈바꿈될 예정"이라며 "믿을 수 있는 한우만을 선별해 현재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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