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죽이기 사업 앞장선 이명박·정종환·권도엽·이만의·심명필 '신 오적'

우리 역사에서 오적은 을사오적만 있지 않았습니다. 매국노는 아니지만 자기 뱃속에 돈을 채워넣기 바빴던 자들이 많았습니다. 시인 김지하 씨는 이들을 '오적'(五賊)이라 불렀습니다. 김지하 씨가 부른 오적은 장·차관, 재벌, 국회의원, 장성, 고급관리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지금 또 다른 오적이 등장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최고 업적인 '4대강살리기' 사업이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실태'에 대한 2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보의 안전성에 심각한 하자가 확인됐고, 4대강에 설치된 보는 수문개방 시 구조물과 보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견디기 어려운 소규모 고정보의 설계기준이 적용된 결과, 총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보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됐습니다. 한 마디로 22조 원으로 4대강을 죽인 것입니다.

4대강을 죽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이 바로 '4대강죽이기 오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정종환 전 국토부장관·권도엽 국토부장관·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심명필 전 4대강추진본부장과 수많은 찬성론자입니다.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 4대강죽이기에 발벗고 나선 이가 바로 정종환 전 국토부장관입니다. 정 전 장관은 2010년 국회에서 "강 중심의 레저 사업이 발전하고 도시가 형성돼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불도저로 4대강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2011년 4월 4대강사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무려 19명이 죽었는데도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 등"이라고 했습니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 국토부 장관이야 대통령 뜻을 충실히 따라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에서 유일하게 제동을 걸 수 있는 곳이 환경부입니다. 하지만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은 2009년 10월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역사적 소명의식의 바탕에서 4대강 사업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신념으로 말씀드린다. 나중에 4대강 정비 사업이 잘못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대통령이 하자고 하니까, 국토부가 하니까 따라가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면서 "이 순간에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말을 저는 가슴에 담습니다"는 촌철살인도 날렸습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 정종환 장관을 뒤이어 국토부 장관이 된 권도엽 장관은 "4대강 살리기의 홍수 방지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삽을 뜨고 괭이질을 시작해 방치됐던 우리의 강을 제대로 가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역시 밀어붙이기입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는 그 말이 거짓말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권 장관은 "보의 안전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국민께서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 (감사원) 발표 관련 내용에 대해선 보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또 "4대강 보는 안전이나 기능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4대강 사업은 국민적 관심이 큰 현 정부 최대의 국책사업인 만큼 사업 진행 중에 전문기관과 민관합동점검을 실시하는 등 그 어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보다도 철저한 관리와 점검을 해왔다"며 "지난해 가뭄과 4차례의 태풍에도 피해를 크게 줄이는 등 효과를 거뒀다"고 했습니다.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은 지난 2009년 9월 30일 경북 예천군 한천 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낙동강사업 성공기원 범도민 결의대회' 축사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순한 하천정비를 넘어 생명·경제·환경이 흐르는 강을 만들어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국책사업"이라며 "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복지, SOC예산이 줄어든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이 부분의 예산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본부장 4년 동안 그 거센 반대를 물리치면서 각종 자문회의, 토론회, 간담회, 인터뷰 등 900여 회의 대외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지난 12월 퇴임하면서도 "4대강 사업이 초기 우려와 비판 속에서도 주어진 기간 안에 차질 없이 마무리된 것은 관계자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말 바꾸기를 했습니다. 18일 "보의 목적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만든 건 아니다"고 했습니다. 심 전 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수질은 일부에서는 초기에 보를 만들어서 깨끗하게 하는 거 아니냐 하는데 그건 좀 전후가 뒤바뀌었다. 보의 목적은 우리가 홍수 대비 또 소위 가뭄 시에 대비하는 비상용수 확보라든지, 물을 평상시에 수위를 높여서 치수가 용이하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한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0년 5월 4대강사업 찬반토론회에서 "보를 설치하는 것은 홍수방지와 수질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보만 막은 게 아니고 보에 수문을 설치하고 이 하천으로 들어오는 오염물을 차단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700여 개의 하수처리시설을 만들어 깨끗한 물이 들어오게 하고 그래도 더럽다면 수문을 달아서 깨끗한 물을 보내준다는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 하지만 누가 뭐래도 4대강 죽이기 가장 큰 죄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 사업'이라는 감사 결과 발표가 나오기 이틀 전인 15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는 매우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는 오히려 이 대통령이 반국가, 비애국임이 드러났습니다.

끝으로 2011년 10월 22일, 4대강사업 완공식에서 그가 남긴 말을 들어봅시다. "또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의 강이라는 그런 개념에서 저는 지난 2년 동안에 국민 여러분들이 적극 성원해 주시고, 또 국민 여러분들께서 걱정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정말 '생태를 혹시 버려놓지 않을까?' '환경을 파괴하지 않을까?' 했지만 국민 여러분, 오늘 저녁 보시다시피 대한민국 4대강은 생태계를 더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그러한 강으로 태어났습니다. 정말 국민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하고 생명의 강으로 돌려드리게 된 것을 저는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耽讀(인서체와 함께하는 블로그·http://blog.daum.net/saenoo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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