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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어둠-여명', '죽음-삶' 잇는 매개체

[문화 속 생태] (60) 닭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3년 01월 22일 화요일

◇쥐에서 닭으로

지난 5년간 사람들은 유난히 쥐를 미워했다. 고양이는 주는 것 없이 좋아하고 쥐는 이유 없이 미워했다. 아마 70년대 쥐잡기 이후 역사상 유례 없는 쥐잡기 열풍이었을 것이다. 대선 이후 멘붕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닭을 싫어할 것이다. 지구 종말보다 더한 트라우마로 닭을 볼 듯하다. 개표하는 날에도 6시 출구조사 발표 뒤에 이유 없이 치킨 집에 닭을 시켜 마치 주술행위처럼 치킨을 뜯으며 치맥으로 멘붕의 밤을 보낸 이들이 유달리 많았다. 앞으로 5년간 진짜 닭은 억울해하겠지만 닭의 수난시대가 되었다. 우리 민족은 닭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째서 닭 신세가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의 〈야묘도추〉(野猫盜雛)  

◇새벽을 알리는 닭

닭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새벽을 알리는 닭이다.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아오는 것은 귀신이 물러나고 암흑을 쫓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닭 피로 부적을 그려 악귀를 쫓고 영혼을 천도했다. 문양과 그림에 나오는 닭은 귀신을 쫓는 벽사의 상징이다. 수탉이 울면 동이 트고, 동이 트면 잡귀 잡신이 물러가기 때문이다. 닭이 울면 산을 내려왔던 짐승도 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귀신도 다시 돌아간다. 닭은 어둠에서 여명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준다. 죽은 이의 혼령을 달래는 굿에 닭이 등장하는 것도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닭의 힘 때문이다. 상여 머리에 달았던 꼭두닭도 이승에서 저승으로 연결해주는 닭이다. 극락왕생을 빌며 망자를 지켜주는 동물로 상여에 달았다.

   
  조선 중기 화가 화재 변상벽의 〈계자도〉(鷄子圖)  

◇결혼식 닭

전통 혼례를 올릴 때 닭을 보자기에 싸서 혼례상에 올렸다. 매일 알을 낳는 닭처럼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다산, 알을 품는 모성애를 나타낸다. 수탉처럼 가족을 지키는 남편의 도리와 암탉처럼 알을 많이 낳고 새끼를 잘 키운 아내의 도리가 전통 혼례에 닭을 보자기에 싸는 이유다. 병아리를 돌보는 닭 그림은 닭이 병아리를 잘 돌보듯이 자식을 잘 키워 출세시키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벼슬과 닭볏

수탉 머리의 붉은 볏을 표준어로 닭볏, 사투리로 닭벼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수탉은 출세와 부귀공명을 상징한다. 장닭 한 마리가 목을 쳐들고 당당하게 우는 그림은 벼슬을 하고 출세를 꿈꾸는 그림이다. 닭볏을 닮은 맨드라미도 벼슬을 꿈꾸는 출세 그림이고 닭과 맨드라미를 같이 그리면 최고의 벼슬을 꿈꾸는 그림이 된다.

   
  화재 변상벽의 〈자웅장추〉(雌雄將雛)  

◇신라 경주 계림

삼국유사에 김알지는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찾아보니 금빛의 작은 상자가 나무에 걸려 있고 흰 닭이 그 밑에서 울고 있었다. 왕이 상자를 열어 보니 사내아이가 들어있었다. 김알지가 탄생한 이 숲이 계림(鷄林)이다.

◇교회 첨탑 풍향계 닭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아침이 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일까? 교회 탑 꼭대기의 풍향계 닭 머리는 항상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도가 로마 군인에게 잡혔을 때 방황하던 베드로가 수탉의 울음 소리를 듣고서야 자기의 잘못을 깨달았다는 성경 이야기에서 부활의 상징으로 닭은 교회 첨탑에 세워져 사람들을 깨우치고 이끌어 주고 있다고 한다.

닭띠도 아니고 용띠인데 많은 닭과 관련한 오해를 받고 있는 대통령 당선인은 교회 탑 꼭대기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국민의 이야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민심이 어디로 흐르는지 닭의 머리가 항상 국민의 마음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시길 기원해본다.

   
  창강 조속의 〈금궤도〉(金櫃圖)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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