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점검 결과, 15개 보 균열 유실·수질 악화 우려…야권 "국정조사, 청문회 필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합천창녕보(바닥보호공 유실), 창녕함안보(세굴 피해) 등 15개 보에서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보 바닥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질관리기준이 미흡해 수질 상태가 왜곡 평가·관리됨에 따른 수질 악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이명박 정부, 정부 부처, 감사원 책임론과 야권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설계 부실, 수질 악화, 유지관리비용 과다" 지적 = 감사원은 지난 17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 점검 결과 발표에서 "설계 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비효율적인 준설 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비용 소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고령보 등 3개 보에서 허용균열폭을 초과하는 유해균열이 발생하는 등 6개 보 1246개소에서 총 3783m의 균열이 발생했다"며 입찰안내서에는 균열 발생 시 이를 기록·관리·보수하도록 하는데도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고령보 등 4개 보 확인 결과 균열 기록이 누락되거나 보수 등 관리가 부실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 국토해양부는 △보 내구성 보완 필요 △수문 안전성 보완 필요 △준설량 검토 불합리 △둔치 관리계획 미흡 등을, 환경부는 △수질관리기준 미흡 △수질예측 불합리 △수질관리 방법 부적정 등을 지적 받았다.

감사원은 또 환경부에 대해 "하수처리장 등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할 때는 해당 지자체의 적정 공법 선정, 총인처리 목표 달성 여부 등을 점검해야 하는데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진주시와 김해시는 총인처리시설 공법선정평가를 수행하면서 평가기준을 임의로 적용해 비적격자를 낙찰자로 선정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또 '낙동강 장천지구 준설토 매각 업무 부당처리' 건과 관련, 창녕군 측에 "골재 매각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에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국토해양부·환경부 해명 =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안전이나 기능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환경부는 '수질문제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국토부는 보 바닥보호공 유실 문제에 대해 "바닥보호공은 세계적으로도 명확한 설계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은 분야"라며 "지난 2년 동안 홍수기를 거치면서 발견된 미비점을 이미 보완했으며 현재 보강 중인 낙단보·칠곡보·죽산보 등 3개소의 보강이 완료되면 앞으로 별다른 문제점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준설량 문제도 국토부는 "200년 빈도 규모 홍수에도 안전하도록 하고 물 확보 측면에서도 가능한 많은 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여유있게 설계했다"며 "감사원은 기존 설계기준에 따른 필요최소한 기준으로 검토해 준설량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또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대규모 다목적 하천사업으로, 과거에 시행한 경험이 없는 사업"이라며 "보는 암반기초 또는 파일 기초 위에 건설됐고 파일 기초 주변에는 하부 물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시트파일을 설치했으므로 보의 안전이나 기능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환경부는 수질관리 문제와 관련해 "향후 수질예측 모델링을 수행하는 경우 방류계획 등 수질예측 전제조건에 대한 실현 가능성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2012년 북한강, 낙동강 등 주요 하천의 녹조현상 등을 감안해 조류제거시설 도입 등 추가적인 대책을 수립·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류경보제 및 수질예보제 시행 등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야권, 국정조사·청문회로 재조사 후 사법처리 촉구 = 민주통합당 4대강 특위 등은 △이명박 대통령과 국토해양부의 대국민사과, 국정조사·청문회를 통한 관련 책임자 사법처리 △4대강 사업에 대한 국회 청문회·국정조사 수용 △새정부 출범 이전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 △'4대강 원상회복을 위한 대책기구' 구성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대형 건설업체 담합 비리, 준설토 비리, 무리한 총인처리시설 설치에 따른 비리, 조달청 비리사건 등 전면 재조사를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결국 4대강 사업에 투입된 22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만 허공에 날아간 셈"이라며 "이명박 대통령과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장관, 수자원공사 사장 등 부실사업을 결정하고 강행한 책임자에게 필요하다면 수사를 통해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한 달 남은 지금에야 4대강 사업을 감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면피해주고 박근혜 차기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 여론"이라고 꼬집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관련 책임자 문책 정도로 꼬리자르기 할 생각을 접고 4대강 사기극 공범으로서 책임지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주문했다. 통합진보당 민병렬 대변인도 "보 철거를 포함해 4대강을 살리기 위한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당선인 또한 현 정부의 무거운 책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보완 대책을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는 완곡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4대강 문제는 지난 18일 열린 제1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거론됐지만, 큰 지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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