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윤종영·이연주 부부…금기 깬 '1호 사내 커플'

대세라면 따르고 금기라면 깬, 특이한(?) 커플이 있다.

한때 사회적인 열풍이기도 했던 '연상연하' 커플, 드라마 단골 소재이자 청춘 남녀 로망 중 하나인 비밀 사내연애. 한 가지 이루기도 벅찬 세상에 두 가지 모두를 품은 겁 없는 두 남녀가 만났다. 연상연하, 그것도 사내커플인 윤종영(27)·이연주(31)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20일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필리핀 세부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제 막 같은 이불 안에서 함께 할 미래를 그리고 있을 따끈따끈한 새내기 부부.

두 사람이 연을 맺은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동 축협 판매장'에 입사하게 된 종영 씨는 그곳에서 연주 씨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그랬어요. 게다가 직장 상사이다 보니 어렵게 느껴졌죠. 하지만 함께 일하면서 정이 많은 사람임을 알게 됐죠. 이상형에 가까워졌다 할까, 점점 매력에 빠져들었죠."

그렇지만, 직장 상사에게, 그것도 사내 연애가 엄격하게 규제된 회사에서 마음을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애타는 종영 씨와 달리 연주 씨는 특별한 감정이 없어 보였다.

"이러다가 고백 한번 못해보고 끝나는 건 아닌가 걱정했어요. 연주는 눈길 한번 안 주고 자기 할 일만 했었죠."

혼자서 끙끙 앓기만을 몇 개월. 어느 날, 종영 씨 마음을 바꿀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갑자기 연주가 선 보러 간다는 거예요. 순간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어요.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죠. 다짜고짜 찾아가서 가지 말라 하면서 그동안 숨겨온 마음을 고백했죠."

우려와 달리 연주 씨도 종영 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은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그때는 답답한 마음에 종영이를 떠봤죠. 선까지 보러 간다는데 잡지 않으면 정말 끝이라 생각했어요. 다행히 종영이가 잡아줘서 서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두 사람만의 비밀 프로젝트, 사내연애가 시작됐다. 애써 마음을 숨기면서, 하지만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을 키워갔다.

"회사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안 했어요. 오히려 서로 헐뜯고 싸웠죠. 생각해보면 너무 티 나는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풋풋했던 연애 시절을 떠올리며 연주 씨가 전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운을 느낀 동료가 하나 둘 캐묻기 시작했다.

"하루는 점장님이 불러서 진지하게 묻는 거예요. 종영아, 연주랑 혹시 사귀는 거 아니냐 하고."

그동안 무작정 발뺌하던 두 사람도 점장님 말 한마디에 모든 걸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모든 동료가 반겼다.

   

"최초로 금기를 깼다는 '업적 아닌 업적'이 먹혔나 봐요. 질책도 있었지만, 모두가 축하해줬죠."

초조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연주 씨는 지금도 짜릿하다고 한다.

그렇게 비밀 연애가 아닌 '당당한 시대'가 열렸다. '감춰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서일까. 두 사람은 더욱 돈독해졌다. 종영 씨가 결혼을 결심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당당하게 만나다 보니 그동안 몰랐던 부분도 보이더라고요. 내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세심하고 다정했어요. 결국, 진심을 담아 청혼했죠."

종영 씨 청혼에 연주 씨 역시 눈물을 흘리며 받아주었다.

"행여나 이 사람이 떠나가면 어쩌지 하고 내심 불안하기도 했어요. 두 번씩이나 먼저 용기 내 준 종영이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두 사람은 차근차근 결혼 준비를 했고, 많은 축하를 받으며 식을 올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돌아올 일상. 같은 문을 나서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직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만의 '특별한 일상'은 이제 시작된다.

"앞으로도 대세라면 따르고 금기가 있다면 깨 봐야죠. 맏이로 아들이 대세인가요, 딸이 대세인가요. 아니면 우리는 특별하게 쌍둥이 한번…."

장난기 가득한 종영 씨 얘기에 연주 씨도 환하게 웃었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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