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32) 진주 금산 고추 재배농 윤재윤 씨

진주 금산면 중천리에서 청양고추를 재배하는 윤재윤(49) 대표는 귀농 4년째를 맞는다. 쭉 농사와는 거리가 먼 일을 하다 귀농한 윤 대표가 이만큼 자리 잡기까지는 '좋은 이웃'의 도움이 컸다. 기술도, 자본도 없던 윤 대표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고추 재배 노하우를 가르쳐준 이웃은 지금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전북 정읍이 고향입니다. 부산·대전·인천 등에서 살다가 진주에 와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었죠. 지인을 통해 고추 농가를 알게 돼 귀농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펄쩍 뛰었습니다. 도시에서만 살아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하게 됐습니다. 한번 하자고 마음먹고는 긴 고민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문제는 가족이었다. 부인 김남옥(46) 씨의 반대는 당연했다. 농사일이라곤 전혀 경험이 없었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농사일은 여성의 노동력을 필수로 하기 때문에 힘든 생활이 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결국 아내는 남편을 믿고 따라줬다. 남편은 그런 아내가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진주 금산의 청양고추 재배 기술은 전국적으로 알아줍니다. 처음에는 작은 것 하나도 무조건 이웃을 따라 했습니다. 옆집, 앞집 등 이웃이 제게 최고의 멘토가 돼 줬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줬는데, 제가 숫기가 없어서 잘 물어보지 못했어요."

진주 금산면 중천리에서 청양고추를 재배하는 윤재윤 씨가 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바로 이웃하고 있는 정영환, 최낙원, 유동열 씨를 수시로 찾아갔다. 흙이라고는 처음 손에 묻혀보는 윤 대표를 이들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감싸 안았다. "모든 게 힘들었습니다. 준비과정부터 하나 쉬운 게 없었죠. 하지만, 이웃에서 와서 도와주고 물 관리며 비료 관리 등을 다 가르쳐줬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가면서도 무조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귀농을 결심하고 바로 7월에 계약하고, 8월부터 트랙터로 밭을 갈고 준비를 했다. 모종을 사 와서 정식한 것은 9월. 정식 후 2주 정도, 이때가 제일 중요하다. 이때 물 관리를 잘못하면 농사를 망친다. 모종이 어릴 때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게 상해 죽는다. 물을 적게 줘도 말라죽는다.

"같은 하우스 안에서도 땅마다 성질이 다 다릅니다. '적당하게 알아서 물을 주라'고 하는데, '적당히'라는 게 참 힘들더군요. 올해도 물 관리를 잘못해서 모종이 고생을 좀 했습니다."

윤재윤 씨

지난해는 늦여름 연이어 덮친 태풍 탓에 정식을 늦게 했다. 그만큼 수확도 늦어졌다. 10월 중순에 심어 이달 11일 첫 수확을 했다. 수확은 6월 말~7월 초까지 약 7개월간 한다.

"고추 등 시설 채소는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특히 고추는 따뜻한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기름 값이 엄청나게 듭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전기를 도입해 난방비를 절약하는데, 시설비로 목돈이 들어가니까 저희 같은 열악한 농가에서는 엄두를 못 냅니다. 올해는 너무 추워 예년보다 난방비가 15% 이상 더 많이 드네요."

모종이 어느 정도 자라면 양쪽으로 줄을 치고 유인한다. 가운데에도 붙지 않게 속 줄을 매 준다. 이곳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는 2m가량까지 자란다. 높이 올라가면 열을 받아 뜨거워서 고추 크기가 작아져 상품성이 없어진다.

"선배 농민들이 하는 말이 농작물은 주인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서 건드려지면 잘 자랍니다. 꼭 건드리지 않아도 사람의 움직임으로 공기 흐름이 바뀌니까 좋은 영향을 줍니다. 또 지나가면서 살펴봐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압니다. 그냥 입구에 서서 봐서는 하우스 안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죠. 늘 살펴서 잎과 줄기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이웃에 뛰어갑니다. 또 아래쪽 뿌리 가까이 나 있는 줄기를 솎아줘야 병해충도 덜 달려들고 영양분이 위로 가서 좋은 고추가 열립니다."

판로는 걱정이 없다. 금산농협에서 '초롬이'라는 브랜드로 공동출하한다.

"청양고추는 직거래가 힘듭니다. 이 매운 고추를 일반 가정에서 누가 10㎏씩 사가겠습니까. 간혹 대형 식당 등에서 연락이 오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아요. 12~14일 간격으로 고추를 수확하기 때문에 식당에서 원하는 시기에 딱 맞게 딸 수가 없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 청양고추를 재배한다.

윤 대표는 비닐하우스 2동 3300㎡(1000평)에서 지난해 2만 4000㎏가량의 청양고추를 수확했다. 고추는 '벌'을 이용해 수정한다. 정식 초기 제일 중요한 것이 '물 관리'라면, 어느 정도 자란 후 중요한 것은 바로 '벌'이다. 벌이 최고의 일꾼인 셈이다. 그래서 여느 기업에서 직원 관리를 하듯 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비닐하우스에 벌을 넣고 물도 주고 밥도 줘야 합니다. 최고의 일꾼인데, 최대한 잘 대우해 줘야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고의 일꾼은 아내 김남옥 씨다.

"아무래도 남자는 손이 느리고 섬세하지를 못해요. 내가 고추를 1m 딸 때 아내는 3~4m 앞서가고 있죠.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합니다."

이웃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라 하며 전국 유명 고추 재배지 견학도 다녔다. 공식적으로 벤치마킹을 가는 것뿐 아니라, 아내와 둘이서 다른 지역을 찾아가 비닐하우스를 슬쩍 둘러보고 오기도 했다.

뒤늦게 시작한 농사일이라 그만큼 기술 습득을 빨리하기 위해 농업인대학, 강소농 교육 등 교육도 많이 받으러 다녔다. 이웃들의 기술력에 전문적인 지식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윤 대표는 진주시 농업기술센터 강소농 담당 강덕미 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각종 정보와 교육 소식 등을 알려줘 윤 대표의 정착에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농사일은 장사나 개인 사업 등 다른 일보다 매력이 있습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나옵니다. 옛날에 일을 하며 알던 사람들에게서 수시로 전화가 와서 귀농에 대해 물어봅니다. 실제로 진주 금곡면에 귀농해 딸기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웃과 행정의 도움을 많이 받은 윤 대표이지만, 우리나라 귀농 정책에 아쉬운 점도 있다. "각 지역에는 도농복합지역이 많이 있습니다. 시에 통합된 면 지역에 주소를 옮기고 4년이 지나면 귀농을 하려고 해도 귀농인으로 인정을 못 받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면 지역에서 몇 년 살면서 개인사업을 하던 사람은 처음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귀농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귀농정책자금 등 여러 가지 제도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거죠. 농사를 짓는 그 시점부터 귀농이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게 참 아쉬웠습니다. 이건 기초자치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국가 정책적으로 개선돼야 합니다."

<추천 이유>

△강덕미 진주시농업기술센터 강소농 담당자 = 2012년 강소농으로 선정된 윤재윤 씨는 4년 전 귀농해 소득작목으로 3년째 시설고추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도 겪었지만 진주시 농업인대학 시설고추과정을 수강하면서 시설고추 재배에 관한 전문지식을 익히고 이를 현장에 접목함으로써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춘 재배기술 노하우를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강소농 현장 컨설팅을 적극 활용해 경영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뿐만 아니라 기술정보 공유로 경영 성과를 확산하는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영혁신 의지가 높고, 미래성장 가능성과 자립역량을 갖춘 작지만 강한 농업의 참 강소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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