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곳]의령 일준부채박물관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에는 '일준부채박물관' 및 '자굴산치유수목원'이 있다.

부산에서 조경업을 하는 이일원 씨가 사비 140억 원가량을 들여 7년 전 만든 곳이다. 돈을 꿔줬다가 대신 돌려받은 것이 6만 6000㎡(약 2만 평)에 이르는 이 땅이었다.

한동안은 이 땅을 사용하지 않고 놀려놓았다. 애초 수목원 설립에 대한 마음이 있었던 이 관장은 자신이 생활하는 부산에서 터를 잡으려 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았다.

일준부채박물관에는 600여 점의 부채가 전시돼 있다.

그래서 땅을 놀려두는 것도 아까운 마음에 아무 연고도 없는 의령 이곳에 덜컥 자리 잡고서는 박물관·수목원을 조성했다.

국내에서 부채박물관은 이곳밖에 없다. 이 박물관은 애초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보다는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보관장소를 많이 필요로 해 더는 수집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부채였다. 부채에도 그림은 있으며, 접어서 보관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았다.

그렇게 25년 전부터 세계 각지를 돌며 부채 수집에 나섰다.

일준부채박물관 옆 자굴산치유수목원.

우리나라 부채 성행 시기는 고려 말인데, 남아있는 게 거의 없었다. 조선시대 작품은 근근이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이 또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진 것이 많아 애를 먹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밤낮으로 경매하는 곳, 개개인을 찾아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손에 넣었다. 그렇게 지금껏 모은 것이 600여 점에 이른다. 돈으로 따지면 40억 원가량이다. 어느 것은 서울 압구정동 30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맞먹기도 한단다.

이렇게 하나둘 모이고 나니, 또 혼자만 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채박물관에 전시해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도내에서 유일한 부채박물관을 설립한 이일원 씨가 수집한 부채를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은 2층 건물에 조선유물전시관·근현대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부채에는 이름난 화가들 그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상범·김은호·변관식·남농 선생 같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관장이 해설을 곁들여주기에 그림에 밝지 않은 이들도 지겹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수목원에는 식물 1400여 종·조각품 700여 점이 있다. 맨발워킹코스·온실·족욕탕·자기별자리나무·노천카페·효소체험장·풍욕장·강의동 숙소가 있다. 300m 지하수를 수목원 내 어디에서나 약수 삼아 마실 수 있다. 피톤치드 많이 내뿜는 침엽수를 종류별로 심었다. 피톤치드는 장·심폐 기능 향상, 스트레스 해소, 살균작용 등에 도움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인체 쾌적함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숲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개장한 지 7년가량 됐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들도 듬성듬성한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한적한 자연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곳 역시 이일준 관장이 숲 해설을 직접 한다.

이 관장은 더 이상 부채 수집은 하지 않지만, 수목원은 더 가꿔나가고 있다. 5일을 이곳에서 지내며 직원 1명과 함께 관리한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나중에 누가 관리해야 할지 걱정이 들기도 한단다.

주소: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 543, 이용요금: 일반인 5000원·어린이 3000원, 개장시간: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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