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요즘 뭐합니까?] 서국현 통영시의원

멸치상자를 가지고 왔다. "멸치는 대가리 떼고 먹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먹기는 쉬워도 멸치 한 마리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야한다"고 말을 이었다. "머슴 두셋쯤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는 그다. 젊어 그는 사업을 했고 성공했다. 더 성공하려다 고생했다. 실패하기도 했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서국현 (65, 무소속, 산양읍·욕지·한산·사량면)의원이다. 그는 통영시의회 초선 시의원이다. 통영 서호시장에서 빗자루 들고 청소 등 여러 봉사활동을 하다 뜻한 바 있어 시의원 공천을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당 공천 후 당선됐다.

2010년, 서 의원은 통영시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당론으로 정한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을 찍었다는 등의 이유로 제명됐다. 이 제명은 국회의원의 지방의원 길들이기라며 파문이 일었다.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해 사례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지방의원 정당공천 수혜자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공천제를 반대하는 정치인이 됐다.

"국회의원이 기분 나쁘다고 제명해 버리면 통영시민이 뽑아준 시의회 의원은 뭔가. 국회의원이 자기 선거조직을 확보하고 사당화하려는 것이 지방의원 정당 공천이다. 공천은 50%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다. 공정하지 않다."

그는 남들 직장 찾을 때 20대 때부터 사업을 벌였다. 하동·진주·산청 등지서 그릇이나 목기 등 생활필수품을 구입, 판매하면서 돈을 벌었다. 장례업도 했다. 사업은 번창했다. 업종을 바꾸어 정치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정치망은 그물을 바다 한가운데 고정하고 물고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조업 방법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이 뒤따랐다."

정치망은 매일 12명 정도가 그물을 당기는 작업을 해야 했다. 예닐곱 시간을 그물을 당겨야 일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조류에 엉킬 것을 대비해 하루 두 번 당길 때도 있었다. 작업은 맨정신으로 당길 수 없을 만큼 초주검 상태로 만들었다.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봤냐는 말이 있다. 내겐 멸치가 그렇다. 어떻게 멸치대가리를 떼고 먹을 수 있나. 그건 뗄 수 있는 게 아니다. 잡는 과정을 아는 사람은 그걸 절대 버리지 못한다."

통영은 현재, LNG발전소 건립 문제를 두고 논란 중이다. 그는 LNG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시의원 중 한 명이다. 통영은 친환경 녹색도시로 지향점을 잡고 있다. "남해군은 주민이 반대해 결국 친환경 지역으로 돌아갔다. 시민 투표에서 진다고 해도 나는 49%의 반대편에 서겠다." 그는 "발전소를 지어 고용을 하는 이익보다 어업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굴욕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있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하는 남해안 굴 수출을 위한 미 FDA의 통영 해안 점검에 대해서 그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미 FDA의 국내 조사나 점검 시점을 못박아놓고 해야 하는데 미국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노로바이러스가 국내 기준 10개가 나오면 먹을 수 있고 미국 기준 1개가 나오면 못 먹는다면 정부는 협의를 해서 이런 문제를 수정해야 한다. 더 깨끗하고 확실한 제품을 수출하는 게 맞지만 이런 것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8년 멸치 사업은 그의 심신을 지치게 했다. 정치망을 접고 그는 거제도로 가 선박 기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로 갑판 윈치(로프를 감아 돌려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기계)를 제조해 납품했다. 일정액의 판매가를 맞춰야 했지만 납품 단가 인하 요구는 계속됐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그는 결국 실패했다. "애들은 어렸다. 은행 압류가 들어오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다." 취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나면 매일, 등에서 물처럼 땀이 흘러내렸다. 통영 바다를 보며 뛰어들고 싶은 생각을 했던 때였다.

"이 고통의 이유가 전생에 빚을 많이 져 그렇다고 어느 날 생각했다. 이 생에 다 갚으려고 다시 태어났나 보다고 생각한 순간 삶이 달라졌다."

그는 장례식장으로 재기했다. 전국에 이처럼 규모를 갖춘 장례식장이 당시에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이후 서호시장에서 청소를 하는 상우회를 만들어 봉사를 시작했다. 산양초등학교 총동창회도 만들었다. 시의원 출마를 그는 "제도권 안에서 봉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통영 소매물도가 알려져 관광객이 급증하자 그는 '입도총량제'를 주장했다. 섬이 수용하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관광객을 받아야 소매물도가 보존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그의 지역구인 산양읍에서 김점덕에 의한 초등생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살해된 소녀는 그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그는 이런 이들의 유가족을 위한 지원조례를 대표로 발의했다. "부모의 가슴 아픈 것까지 지원해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민 이야기를 100% 다 들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고 싶다. 정치는 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정치도 사업도 성공하고 싶다. 성취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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