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제3회 맹금류 워크숍

독수리는 분류학상 매목 (Falconiformes) 수릿과(Accipitride)며, 수리류(Eagles)나 말똥가리류(Buzzards)와 진화적 연관성이 있다. 세계적으로 22종의 독수리류(Vulture)가 현존한다. 경남은 국내 독수리의 최대 월동지다. 국내 월동 2462마리(2010년 기준) 독수리의 40%로 1114마리가 경남에서 월동한다고 조사됐다. 경남에서도 고성군은 독수리의 핵심 월동 지역이다. 고성이 독수리 월동지로서 많은 관심을 받은 까닭은 14년 동안 겨울이면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어온 독수리 할아버지 김덕성 선생과 먹이를 챙겨주신 이들과 먹이를 지원한 고성군, 독수리가 다쳤거나 탈진했을 때 연락해 주신 고성 군민들 덕분이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경남교사모임(경남환생교)은 해마다 경남권에 월동하는 독수리 보호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 독수리에 대한 보호와 인식 전환을 위하여 해마다 워크숍을 진행해 왔다. 2011년 2월 12일부터 이틀 동안 고성 무지돌마을에서 제1회 맹금류 워크숍을 개최했을 때 한국생태연구소 이한수 박사를 모시고 직접 독수리 윙태그(Wing tag)와 위성추적 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최창용 박사와 함께 독수리에 대한 이해와 간단한 가락지 달기 시연, 그리고 현장 조사를 했다. 2012년 2월 24일 고성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회 맹금류 워크숍에서는 국립생물자원관 강승구 박사를 모시고 한국 맹금류의 종류 등에 대해 공부했으며, 진주 신안초교 오광석 교사는 경남 독수리 생태와 행동 특성을 발표했다. 1회와 2회 때 참가비 일부에서 먹이지원을 하였고, 함께 독수리 먹이 주기 행사도 하면서 관심과 보호 참여 의식을 높였다. 올해 제3회 워크숍이 지난 9일 고성군청에서 열렸다.

DMZ 생태학교 노영대 선생이 위치추적장치를 통한 독수리 이동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변영호

이번 워크숍은 국내외 맹금류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돋보인 행사였다. 일반 지원금 없이, 자발적 참여와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생태연구소(이한수 박사팀), 미국 덴버동물원(데이비드 케니 박사), 노영대(DMZ 생태학교), 국립중앙과학관(백인환 박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김영준), 국립자원생태관(강승구 박사), 부산낙동강에코센터 야생동물치료센터(장지덕 박사), 에코샵홀씨(양경모)를 비롯해 맹금류 연구자와 시민단체, 학생, 교사 45명이 참가했다.

노영대 선생은 '독수리의 긴 여행(독수리 인공위성추적 장치 사례)'을 발표했다. 번식지 몽골을 방문해 산란과 먹이 활동, 행동 특성들을 비디오로 담은 영상을 보여주셨다. 과거 독수리 연구들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한수 박사 팀은 한국과 몽골 독수리 위치 추적 사례를 발표했다. 데이비드 케니(David Kenny) 박사는 몽골 독수리 연구 사례와 독수리의 납 중독과 포획 과정에서 독수리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생화학적 수치를 발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백인환 박사는 한국 독수리 개체수 실태 조사 현황과 독수리 위치추적 계획을 발표해 연구 과정과 성과들을 공유했다. 경남환생교는 정대수 선생이 역사와 문화 속에 숨어 있는 맹금류에 대한 내용들을 발표했다. 오광석 선생은 독수리 위치추적 사례와 윙태그로 본 독수리 행동을 발표하여 경남권 독수리의 분포와 특성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위성추적 장치를 이용한 독수리의 이동 경로와 이것을 바탕으로 한 독수리의 행동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받았다. 저마다 연구 방법과 접근 방법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몽골을 시작으로 중국의 랴오닝성, 북한의 수풍발전소를 거쳐 철원 백두대간의 기류를 타고 남부 지역에 도래하는 것이다.

오광석 선생은 몽골에서 어릴 때 윙태그를 단 독수리 가운데 약 25%가 국내에서 확인됐으며, 확인된 개체 가운데 약 85%는 부착 이후 3년 안에 국내에서 관찰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또 고성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개체가 서쪽으로 광양, 북쪽으로 고령과 창녕까지 이동한다는 사실도 밝혔으며, 윙태그 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자료 공유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번 워크숍은 독수리와 맹금류 관련 전문가와 수의사들과 미국 덴버 동물원과 경남환생교 사이 긴밀한 정보 공유 기회가 됐으며, 경남 독수리 연구와 보호를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과 정보 교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였다.

이번 워크숍은 경남환생교 김덕성·오광석 선생의 노력과 관심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고성에 날아온 독수리 보호를 위해 김덕성 선생은 먹이를 구하느라 노심초사한다. 다친 독수리를 위해서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컨테이너를 샀다. 독수리는 천연기념물 243호로 국가가 보호·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상식으로 보면 독수리 최대 월동지인 고성에 독수리 보호센터를 건립하고,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날은 언제쯤 올까?

/변영호(명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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