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대형마트 안 놀이시설

한참 전에 내렸던 눈이 2주 넘게 녹지 않는다. 그늘진 곳은 물론, 볕이 제법 드는 곳에서도 녹지 않은 하얀 얼음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놀 곳은 단단히 준비해 매우 먼 곳으로 가거나, 매서운 바람이 들지 않는 실내가 되는 듯하다. 대형마트 안에 있는 놀이시설은 바람이 들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놀 곳으로 유용하다.

이곳에 있는 놀이 기구는 모난 데가 없다. 그리고 구석구석을 푹신하게 잘 감쌌다. 기구에 부딪혀서 흉한 상처를 남길 일은 웬만해서는 없을 듯하다. 그러고도 곳곳에 안전을 살피는 직원들이 배치돼 있다. 부모는 적당한 곳에 앉아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 아예 장을 보기 전에 이 놀이시설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과 물건을 사는 일을 분담하는 부모도 있다. 카트를 미는 쪽은 주로 엄마고 아이를 지키는 일은 아빠가 맡는 편이다. 이 때문에 평소 아이와 보낼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대부분 아빠는 어색하게 놀이시설 한 곳에서 자리를 정한다. 그곳에는 사정이 비슷한 아빠들이 모여 앉아 있다. 그들에게는 이 공간도, 옆에 앉은 다른 사람도 어색한 듯하다.

   

작은 공이 가득한 방에 들어간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고 있다. 방 안에는 그곳에 널린 작은 공을 탄환으로 삼아 쏠 수 있는 장난감 대포도 있다.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공을 쏘고 피한다. 미끄럼틀과 계단이 복잡하게 겹친 놀이기구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다. 어른들에게는 매우 좁기만 한 공간을 아이들은 서로 피해가며 1층에서 2층으로 갔다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뒤섞인다. 서로 진행 방향이 다른 아이들이 엉키기도 하지만, 곧 서로 정리하며 각자 진행방향을 유지한다. 구석에는 동작을 그대로 인식해 모니터로 보여주는 게임기도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해본 듯 매우 조작이 능숙한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게임 시작조차 낯설어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돌아서는 아이들도 있다.

신난 아이들과 달리 부모들 표정은 점점 지루해진다. 같이 섞여서 놀기에는 놀이기구가 어른들 덩치를 받아들이기 버거워 보인다. 그냥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서 한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단정했던 자세가 점점 풀어지며 반은 앉고 반은 누운 어중간한 자세가 된다. 고개를 푹 숙이며 차라리 잠이라도 들었으면 하는 아빠도 있다. 점점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어른들이 많아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장을 다 보고 오는 아내를 반기는 남편과는 달리, 아이는 놀이를 마쳐야 하는 순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점점 인상을 구기더니 기어이 굵은 눈물을 쏟아낸다.

하소연하는 아이를 부모는 철저하게 외면한다. 아내는 피곤하고 남편은 인내가 바닥난 듯했다.

"이제 곧 문 닫는다. 엄마 말 잘 들어야 다음에 또 오지."

   

직원이 늘 있는 일인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아이를 달랜다. 아이는 질질 끌려가다시피 놀이시설 밖으로 나간다.

한쪽에는 모래를 가득 깔아놓은 방이 있다. 아이들은 플라스틱 삽과 바구니를 들고 마음껏 흙을 묻히며 놀이에 빠져든다. 방 입구에 있는 직원은 놀이를 마친 아이에게 진공청소기를 구석구석 갖다 대며 흙을 턴다.

아이들만 모이면 그곳이 어디든 놀이 공간이 됐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따로 만들어놓은 공간에 아이들을 집어넣어야 하는 식으로 바뀌는 듯하다. 일정한 비용을 지급하며….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는 사실 애매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