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 주세요' 지면 만든 이유…가까이서부터 단절된 대화 이어보자는 것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2012년 12월 20일자 〈경남도민일보〉의 1면 제목은 '세대 전쟁, 어른들이 이겼다'였습니다. 대부분의 신문이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 탄생'을 제목으로 올렸지만, 우리는 극명하게 갈라진 '세대 투표'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제목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지면평가위원회에서도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제목'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번 대선의 특징을 단박에 알 수 있는 탁월한 제목'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물론 우리도 부제목은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당선'으로 뽑았지만, 현실로 드러난 '세대 간 대결 양상'을 굳이 감춰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부모와 자녀세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반목하고 질시하고 대결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세대 간 문제만은 아닙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소속된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말도 섞지 않으려는 태도,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않고 멸시하거나 가르치려는 태도도 문젭니다.

며칠 전 제가 펴낸 책을 매개로 독자님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찾아오신 72세 여성 독자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느냐는 게 중요하다. 나도 처음엔 조선일보를 좋아했고, 경남도민일보는 싫어했다. 심지어 도민일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왜 그런 신문을 보느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도민일보를 보고 있고, 주변에 권유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독자와 가까워지려는 도민일보의 노력과 우리 지역에 대한 애정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녹음을 하지 않아 정확한 워딩(자구)은 아닐 수 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서 '독자 밀착'과 '지역 밀착'을 핵심 키워드로 이해했습니다.

인문학자인 강유원 박사도 얼마 전 저에게 보내온 글에서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념에 따라 살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사는 곳'에 따라 산다. 따라서 내 삶은 사는 곳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 지역신문은 바로 그 사는 곳에 밀착해있다. 지역신문이 삶에서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는 말과 글이 난무합니다. 민주당 잘못이다, 후보가 문제다, 전략 부재다, 언론 탓이다, 50대의 반란이다…. 하지만 저에겐 이런 말들이 모두 구름잡는 소리로 들립니다. 한결같이 나와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나와 내 가족, 우리 이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신년부터 '함께 칭찬해주세요' '기뻐해주세요' '축하해주세요' '응원해주세요' '격려해주세요'라는 독자 참여 지면을 만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가까이서부터 단절되었던 대화를 복원해보자는 겁니다. 매주 수요일 6면에 '아들(딸)이 쓰는 아버지(어머니) 이야기' '손녀(손자)가 쓰는 할머니(할아버지) 이야기'를 싣고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아들·딸, 손자·손녀가 부모 또는 조부모를 인터뷰하는 지면입니다. 이 인터뷰를 해본 자녀와 부모(조부모)는 한결같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며 만족해 했습니다.

   

'이런 기사에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느냐'며 불편해하는 독자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삶에 깊이 뿌리 내린 북유럽 지역신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지면입니다. 우리도 그런 신문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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