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손현익·차지현 부부

소개팅이나 미팅 같은 만남에서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게 상당한 설렘을 안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만나기 전에 상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얻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요즘은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가 이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는 듯하다.

손현익(33) 씨가 지난해 여름 친구에게 연락처를 건네받은 차지현(31) 씨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은 것도 '카카오톡'에서다. 그리고 사전 정보 분석 결과 현익 씨에게 지현 씨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요즘은 연락처를 등록하면 '카톡'에 뜨잖아요. 거기에 뜬 얼굴 사진을 보니 제 취향이 아니에요. 갈등을 좀 했는데 그래도 일단 나가는 게 도리다 싶어 나갔지요."

   

그런데 모바일에서 지현 씨와 현실에서 지현 씨는 사뭇 달랐다. 가상공간에서 기대가 현실에서 실망으로 바뀌는 일이 잦은 소개팅 현장에서 현익 씨는 드물게도 반대 경우를 경험한다.

"막상 만나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매우 호감이 가는 예쁜 얼굴이었지요. 게다가 목소리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조곤조곤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지현 씨 목소리에 현익 씨는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그런 모습에 진정성까지 느꼈다. '한 번만'으로 생각했던 만남은 '한 번 더'로 바뀌고 있었다.

"저도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아내도 제가 괜찮았나 봐요. 제가 일 때문에 바빠서 바로 애프터 신청을 하지 못했는데 카톡으로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지현 씨는 현익 씨에게 언제 한 번 만나겠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다다다 다음 주에 만나 줄 거야?'라는 메시지는 현익 씨 마음을 흔들었다. '다' 5연발에 마음이 녹은 현익 씨는 당장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맹랑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매우 귀엽더라고요. 그렇게 만나면서 맛있는 음식점도 가고…."

몇 번 만나면서 둘은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야구나 포켓볼을 즐기는 현익 씨와 달리 운동신경이 없다던 지현 씨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활동적인 놀이를 즐겼다. 여자 친구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활기찬 모습까지 본 현익 씨 역시 더욱 쉽게 마음이 열렸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현 씨는 현익 씨에게 '상을 주겠다'며 만나자고 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어요. 조개구이를 함께 먹으러 갔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왔었어요. 우산 안에서 상을 준다고 하면서 손을 주더군요. 예상했던 그대로였지요."

남자 32살 그리고 여자 30살, 서로 괜찮다면 결혼을 생각해도 충분한 나이였다. 양쪽 집안 어르신들도 서로 괜찮다면 결혼을 미루지 않았으면 했다. 다행히 현익 씨와 지현 씨 역시 연애와 동시에 결혼을 생각하게 됐다. 현익 씨는 지현 씨 마음을 얻기 위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영상을 패러디했어요. 영화 영상을 틀다가 중간에 제가 찍은 영상을 넣어서 영상을 통해 고백하고, 중간에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프러포즈를 하는 구상이었지요."

   

지현 씨에게는 회사에 행사가 있고 자신이 상을 받게 됐다며 초대했다. 어두운 '행사장', 무대 앞에서는 영화 영상이 나오고 중간에 현익 씨가 준비한 영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무대에서 기타 연주가 이어지고 현익 씨 고백이 이어졌다. 그 고백은 다시 영상으로 옮겨졌다. 행사장이 환해지자 주변에는 현익 씨가 동원(?)한 지인들이 둘을 축하했다. 현익 씨는 반지를 건넸고 지현 씨는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그 뒤로 빠르게 진행했어요. 양가 어르신들 만나서 인사하고 나이도 있으니 겨울을 넘기지 말자고 했지요."

서로 배려하는 게 닮은 부부는 부딪치는 일 없이 결혼 준비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4일 결혼식을 올리고 부산 연산동에 살림을 차렸다.

"연애 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함께 살아도 연애하는 것 같아요. 소꿉장난하는 느낌도 있고 재밌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인데 믿음 안에서 늘 화목하고 세상에 이로운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어요. 서로 믿고 평생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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