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사람] 우포늪 사진작가 정봉채 씨

정봉채(56·사진) 사진작가는 10년 넘게 우포늪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이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며 본인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서다. 사진 한 장으로 다른 이들 마음도 물들이고 싶은 것 또한 당연하다. 우포늪을 찾은 몇 년간 수생식물만 찍었다. 그러다 때 묻지 않은 자연풍경 그 자체에 마음을 빼앗겼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진정성을 가지고 자연을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 관심을 보여야죠. 그러면 어느 순간 자연은 속살을 나에게만 보여주죠. 같은 장소에서라도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다른 장면이 나옵니다."

   

우포늪에는 때에 따라 수백 명씩 몰려들기도 한다. "아주 잘 찍힌 사진은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정상적으로 찍은 게 아니라는 거죠. 동물을 유인해 찍기도 하고…. 급하게 뭐 하나 건져가야 하는 사람들은 사진 사냥꾼이 되어 여기저기 해치고 다닙니다. 기다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곳과 오래 한 이들은 어떤 때, 어떤 동물이 나올지 다 압니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기다리죠."

우포늪은 딱 10년만 찍으려 했다. 하지만 이 자연이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들어 집까지 마련해 눌러앉았다. 이젠 20년을 채울 작정이다.

정 작가는 자연과 마주한 얘기를 어린아이처럼 계속 들려준다. "일반 삵 크기가 아닌 정말 큰놈이 너구리 사냥하는 걸 봤습니다. 정말 생생한 장면이었어요. 사진이 아닌 동영상으로 담고 싶었죠. 그런데 버튼을 잘못 눌러 아무것도 담지 못했어요. 그땐 눈물이 날 정도로 속상했죠."

곁에 있는 이인식 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은 이 자연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벗이다. 이날 찍은 사진을 두고 둘은 가볍게 약주 한잔 걸치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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