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한파 속 시장 노점

요며칠 날씨가 좀 풀리나 싶더니만, 다시 강추위가 찾아왔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깊고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거리에서 장사하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긴 시간일 테다.

창원시 마산 어시장 노점은 어김없이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모자 달린 점퍼·털모자·마스크·장갑·토시로 중무장했다. 저마다 화로에 숯불을 피운다. 그리고서는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데운다. 손을 녹이려면 그냥 불로는 어림없다. 데워둔 물에 고무장갑 낀 채 손을 담가야만, 그나마 좀 녹일 수 있다. 물론 물건 씻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햇빛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눈만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길 건너편에는 햇살이 제법 들어온다. 하지만 사람 왕래는 이곳이 더 많다. 추위를 감당해야 하는 목 좋은 곳이다.

여기저기 연기가 자욱하다. 화롯불이 부족한 이들은 페인트통에 판자를 넣어 불을 피운다. 이러한 불은 2~3명이 함께 사용한다. 장작 때는 일도 번갈아 한다. 손님이 없으면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옷을 단단히 입었다 해도 무심한 칼바람은 몸속을 파고든다. 이를 피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어느 상인은 공중전화 부스에 자리를 깔았다. 그것만으로 보온에 큰 도움이 되는 듯, 화롯불은 피우지 않는다. 몇몇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우산을 고정했다. 그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또 어떤 이는 빈 스티로폼으로 사방을 둘렀다. 테이프로 고정하기도 했지만, 덜렁덜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장사가 잘되면 이러한 추위는 덜 느껴지는 듯하다. 어느 할머니는 생선 가격을 묻는 이가 나타나자 활기를 띤다. 그 차가운 물에 손 담그고 고기를 휘젓는다. 까다로운 손님이 이것저것 묻는다. 그 바람에 적지 않은 시간을 손 담그고 있었다.

그래도 팔았으니 다행이다. 언 손이지만, 거스름돈 내주는 손놀림은 절대 더디지 않다. 할머니는 물에 묻은 지폐를 옷에 정성스레 닦고는 앞치마 주머니에 넣는다. 데워둔 물에 잠시 손을 녹이고는 다시 조개·새우 같은 것을 까기 시작한다.

점심때가 됐음에도 어느 할머니는 가래떡 한 조각을 화롯불에 정성스레 굽는다. 그리고는 옆 사람부터 먼저 챙긴다. 그렇게 몇 조각을 구운 끝에 본인 입에 하나 넣는다.

빈속에 쓰린 술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기도 한다. 먹다 남은 소주가 상인들 자리에 종종 보인다. 남은 소주는 점심때 반주로 비워질 것 같다.

몇몇은 커피 파는 아주머니가 지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한 잔씩 주문한다. 따끈한 커피가 몸을 녹이자 얼굴도 한층 밝아진다. 입이 얼었는지 발음은 부정확하지만, 오가는 대화 톤은 좀 더 높아진다. 그렇게 해야만 추위에 맞설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가게를 하며 그 앞에 물건 내놓은 상인들은 한층 사정이 좋다. 천장에 캐노피가 설치돼 있어 눈·비·바람 걱정이 없다. 여기에 전기장판·전기난로·담요 같은 것도 활용할 수 있다. 여유롭게 책을 읽는 상인도 종종 보인다. 그래도 정 추우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면 된다.

거리 상인들은 옆 사람에게 잠시 맡겨두고 화장실을 이용한다. 주변 어느 한의원은 어시장 이용객들을 위해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어려워 마시고 편안하게 이용하세요'라는 문구에 배려가 묻어있다. 그 주변 노점상들은 이곳 화장실을 이용할 때 잠시나마 실내에 몸 맡길 수 있다.

채소 파는 어느 할머니는 잠시 장갑을 벗는다. 앞치마 주머니에서 엉켜있는 지폐를 꺼낸다. 손이 얼어 돈이 잘 세어지지 않는다. 셈을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할머니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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