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항상 사람들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1년 동안 지키리라 다짐한다. 그런데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 나도 그랬다. 매년 다짐하는 다이어트. 올해는 날씬해져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며 꼭 실천하리라 다짐하지만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난 이 모습 이대로였다.

올해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보고자 한다. 마냥 다이어트를 하리라 이런 목표가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 바로 버킷 리스트를 적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버킷 리스트( 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으로, 2007년 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동명의 미국 영화가 개봉하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다.

서른 중반을 살아오면서 되돌아보니, 난 너무나 평범하게 그냥 현실에 충실하게 상황상황 모면하면서 급급하게 살아오기 바빴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일들 위주로 그냥 그렇게 살아온 거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만일 내가 내일 이 세상에 없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나를 위한 일들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지 않을까. 새해 목표를 버킷 리스트로 정해놓고 보니 다이어트와 같은 건 포함되지 않았다. 다이어트 말고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았기 때문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그냥 내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내 작은 꿈들을 하나씩 적어본다. 집안일에서 육아에서 벗어나 하루만 아무것도 안하고 보내보기, 헤어스타일 바꾸기, 성경 일독하기, 돈 1천만 원 모으기, 피아노 기타 배우기, 나 혼자 해외여행 가기, 딸과 같은 또래의 아이 한 명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기, 커피 제빵 자격증 따기, 책 발간하기 등등.

물론 이 모든 것을 올해 안에 다 할 순 없을 것이다. 지켜지지 않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리스트가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나의 하루하루에 전보다 활력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실천했을 때마다 하나씩 목록에서 지워나가는 그 희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마다 잊지 않고 보상을 해줘야지.

매년 사람들이 유행처럼 버킷 리스트를 적고 있다. 그런데 2013년의 버킷 리스트는 과거에 비해 다소 침울하고 치열해졌다. 낭만을 꿈꾸기보다 취업·승진 등 당장 생계와 직결되는 현실적인 소망이 많이 담겼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들이 주가 된 것이다. 안타깝다. 나 또한 리스트에 해야 할 일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나도 그들도 해야 할 일이 주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글씨를 크게 인쇄해서 책상 머리맡에 붙였다. 오늘도 내일도 내가 할 일을 하느라 바쁘겠지만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긍정 바이러스를 안고 새해 기분 좋은 출발을 해본다. 2013년도 파이팅!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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