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22) 추운 겨울의 우포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추운 겨울입니다. 이번엔 더욱 많은 눈에 더 추운 날씨가 함께하는 겨울을 우리는 보내고 있습니다.

우포늪은 물가라서 기온이 낮은데, 우포늪의 온도가 며칠 전엔 영하 16도까지 내려가서 최근에 최고로 추운 날씨를 기록했습니다. 눈이 많이 와 우포늪생태공원 주위에는 크고 작은 눈사람이 3개나 된답니다.

이 추운 겨울 우포늪에 쌓인 수생식물들은 이불이 되어 차가운 우포늪을 약간이나마 따뜻하게 해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겨울이라 우포늪이 삭막하다고 생각하시면 우포늪 전문 사진작가 정봉채 씨가 이야기하듯 우포늪의 겨울은 '우포의 진정한 속살'을 볼 수 있는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시고 우포늪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우포를 방문한 사람 중의 한 명은 "나는 우포늪에 오면 어머니와 할머니의 마음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 다른 우포늪을 자주 찾는 사람 중 한 분은 우포늪에게서 배울것이 많다고 합니다. 우포늪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오지는 않으셨지만, 알고 있는 여러분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쓴이도 처음엔 지나가는 말로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고마운 대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는 우리의 괴로움과 슬픔을 들어주고 감싸 주셨고, 우리의 영원한 후원자이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냉장고(?)로 먹을 것이 준비되어 있는 분으로, 나의 즐거움도 슬픔도 함께 해주신 고마운 사람이라 생각됩니다. 글쓴이는 우포늪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첫째, 우포는 어머니처럼 생명을 탄생시키고 자라게 합니다. 어머니는 우리를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분입니다. 우포늪도 많은 생명을 탄생시킵니다. 그래서 늪을 생명(生命)의 보고(寶庫)라고 합니다.

둘째, 우포늪은 먹을 것을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태어나 젖이나 분유를 먹여주듯 많은 생물들에게 양분을 주어 살게 해줍니다. 인간들은 붕어나 가물치 등의 물고기를 잡고 말밤(마름의 열매)을 건져 먹습니다. 창녕식 토기에서 우포늪에 인간이 살아왔음이 확인된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主梅理) 주매마을에서 발굴된 청동기 가야인들 삶의 흔적 이전부터, 못 살아 먹을 것이 없다던 근대에서 1970년대 초까지 우포늪은 인근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냉장고였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 듯 가기만 가면 먹을 것이 있는 고마운 곳입니다. 지금도 어부들의 삶을 여유롭게 해주는 혜택의 장소입니다.

셋째, 우포늪은 모든 고통을 감쌉니다. 어머니가 자식들의 아픔을 안고 가는 것처럼, 우포늪은 인간들이 자신의 몸을 더럽힌 오염의 고통을 감싸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만큼 더러운 물을 걸려주고 정화해줍니다. 그러고는 품 안의 많은 자식들인 그 많은 물고기와 고라니를 비롯한 동물들과 식물들을 위해 언제나 자신을 내어 줍니다.

넷째, 우포늪은 기다릴 줄 압니다. 1억 4000만년 전 공룡의 시대에도, 6000년 전 우리나라의 땅이 생기고 자신의 몸이 생겨났을 때 부터 지금까지 전혀 자신을 몰라준다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자식이 자신에게 불평과 불만을 해도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우포늪은 다양한 생물이 ,인간이 다시 오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다섯째, 우포늪은 살아있는 생태 교사입니다. 태어난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엄마'가 아닐까요?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유형과 무형의 교사입니다. 우리는 어머니로부터 기본적인 소양과 인성을 배우고 자랍니다. 우포늪에 온 많은 학생들에게 우포늪은 생명의 교육 장소입니다. 우포늪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 등으로 우포늪을 보지 못한 초등학생들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국어·과학, 그리고 생태관광 등의 다양한 교과서와 교재에서 우포늪을 배웁니다. 우포늪은 어른들에게도 생태교육자입니다. 우포의 아름다움을 배워 사진, 그림, 영상물로 남기고 배웁니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어른들에게 우포늪은 또한 평생교육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포늪은 천(千)의 얼굴을 가진 곳입니다. 어머니의 맨얼굴과 화장한 모습이 다르고, 아이들을 환한 얼굴로 칭찬할 때와 아들의 잘못을 가슴 아파해 가며 타이를 때 그 모습이 다르듯 우포늪은 다양한 얼굴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우포늪은 하루에도 3번 이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새벽, 점심, 저녁 3번이 다릅니다. 방문객들은 우포늪의 새벽 물안개에서 또 다른 우포늪을 만납니다.

우포늪은 어머니처럼 따뜻한 생명의 터이고 평생 교육의 장입니다. 또한 천개 이상의 얼굴을 가지고 방문객을 위해 노력하는 귀인(貴人)이기도 합니다. 우포늪을 어떻게 위에서 말한 몇 가지로만 한정하여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absolutely not). 여러분에게 우포늪은 어떤 곳인가요? 혹 만나게 되면 경청하여 듣고 싶습니다.

겨울의 우포늪에 오셔서 집으로 향하실 때 뭔가 허전함과 공허함이 남는다면 눈을 감고, 우포늪의 차디찬 물가의 바람을 맞아가면서 자식이 잘 되라고 빌던 어머니의 기도를 상상해보자. 자식의 행복을 빌던 어머니처럼, 먼저 자신에게 행복하자고 기도하고 타인도 나 같이 행복해지기를 빌어주자. 시간이 남으시면 우포늪이 맨살로 나에게 보여준 정경에도 고맙다고 중얼거려 보거나 외쳐보자. "우포야 잘 지내, 나 또 올게"라고. 우포늪에서 어머니를 느끼는 글쓴이와 지인처럼 이 넓은 우포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느껴보시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우포늪에 그대 다시 오기를 기다리며,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시(詩) 한 수 바칩니다. 내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꽃은

손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꽃은

발도 없다.

그러나

산을 넘어

먼 곳까지 잘도 간다

('꽃' 전문, 이봉춘(1941~ ) 시인)

꽃은 손도 발도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우포늪도 그렇지 않을까요?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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