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한성인·이남미 부부

어르신들이 들으면 놀랄 일이다. 프리랜서 방송인 이남미(31) 씨가 지난해 10월 27일 결혼했다. 지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는 〈마산MBC-얍! 활력천국〉에서 누런 깔깔이 입고, 맛깔스러운 사투리 내뿜던, 뿔테 안경 낀 그 여자다. 지금은 〈MBC경남-퐁당퐁당시장〉에서 미용실 원장 역할로 나오고 있다. 〈얍! 활력천국〉 시절 방송 진행은 이남미 씨와 방송인 김익현 씨가 함께했다. 많은 어르신은 지금도 이 둘이 부부인 줄 알고 있다. 스무 살이나 어린 이남미 씨로서는 참 억울할 일이다.

이남미 씨 진짜(?) 남자는 부산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는 한성인(35) 씨다.

둘은 지난 2월에 한 목사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남자는 방송을 통해 여자를 알고 있었다.

장난기 많은 남자가 먼저 선방을 날렸다.

"사투리 퀴즈 내는 부산MBC 라디오방송 자주 들었습니다. 얼굴이 궁금해 인터넷을 찾아봤는데요…. 그 후로는 라디오방송 안 들었습니다. 그래도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씬 나으시군요. 하하하."

   

듣고만 있을 여자가 아니었다.

"네, 그러시군요. 만나기 전 메신저에서 사진을 봤는데, 돼지 한 마리인 줄 알았어요. 푸하하."

여느 남녀라면 얼굴 붉힐만한 대화다. 하지만 둘에게는 이런 장난 섞인 대화가 유쾌했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해도 남자는 여자가 낸 〈내게 스무 살이 다시 온다면〉이라는 책까지 다 읽은 팬이었다. 여자는 방송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일 수 있다 생각했지만, 대화를 나누고 보니 그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기독교 신자인 둘은 신앙적인 면에서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만난 지 8개월 만에 결혼에 성공했다. 연애 기간만 놓고 보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첫 만남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봤으니, 남들 몇 년 연애한 것과 다름없기도 하다.

   

결혼을 목전에 두고 남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이 있었지만, 큰 고비는 없었다. 방송에서 어르신들을 많이 대한 여자는 시어머니와도 어려움 없이 지낸다. 결혼 앞두고 "어머니, 예단해가면 현금영수증 끊어 줍니꺼" 같은 농담도 스스럼없이 던졌다.

방송에서도 그렇듯 여자는 숨김없는 성격이다. 프러포즈 방식도 남자에게 세세히 다 요구했다. 쑥스러움 많은 남편은 사투리로 "니 내랑 결혼 안 하면 안 된데이~"라고 무드 없이 하긴 했지만, 빠짐없이 충실히 이행했다.

사실 여자는 이전까지 결혼에 대해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얍! 활력천국〉 진행 시절 만난 할머니들로부터 '이 영감탱 만나서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얼굴 마주하고 싶지 않은 할배' 같은 말을 자주 들었던 터였다. 결혼 소식을 들은 주위 친구들도 모두 놀랄 정도였다.

물론 이제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결혼하기 참 잘했다 싶다. 일에서도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역시 늘 유쾌한 남편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도 얻고, 또 아이템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남편은 꼼꼼히 모니터하며 "말이 너무 빠르다" 같은 지적도 잊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에게 '웃겨서 좋다'고 말한다. 여자로서는 '사랑스럽다' '귀엽다' 같은 말이 아니라 섭섭하기는 하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밥하기 싫을 때 남자를 향해 "아줌마, 식사 언제 돼요"라고 말하며 또 웃게 만든다. 여자는 매일 밤 남자가 읽어주는 성경 구절을 들으며 달콤한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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