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새해 첫날 서점 풍경

새해 첫날에는 저마다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운다. 이 가운데 '올해는 책을 많이 읽겠다'고 다짐하는 이도 적지 않을 터. 새해 첫날 한 대형서점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평소 주말과 비교해 1.5배가량 더 많은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

계산대에는 직원 5~6명이 손길을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손님들은 계속 밀려들어 꼬리 문 줄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젊은 남녀 3명은 아예 쇼핑카트를 밀고 다니며 책을 고르고 있다. 지나치다 싶은지 스스로 제어하는 대화도 오간다.

"아, 정말 읽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마트 쇼핑하는 거 아니잖아.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

"아니야. 1년 동안 읽을 거 오늘 한꺼번에 살래."

   

이들은 10권 넘는 책을 고른 후 계산대로 향한다.

각 서적 코너 가운데 특히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자기계발서·경제·수험서 코너 같은 곳이다. 아무래도 새해 다짐과 큰 연관성 있는 코너다.

자기계발서에는 젊은 층에서부터 중·노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코너에 비해 그냥 훑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아 보인다.

경제코너에도 사람이 많지만, '주식' 관련 서적에 눈길 주는 이들이 특히 많다.

이들 코너 사이 놓여있는 탁자·의자에는 각자 온 6명이 자리를 펴고 있다. 어떤 이는 노트를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도서관 풍경을 연상케 한다. 이 가운데 한 남성은 잠시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뜨며 "올해는 제대로 해야지"라는 말을 수화기 너머 상대방에게 한다.

   

수험서 코너에는 역시 2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중년 남성도 간혹 눈에 띈다. 이들은 자격증 같은 것에 눈길·손길을 잇따라 준다.

아동코너는 시끌벅적하다. 부모들이 다른 코너에서 책을 고르는 동안 아이들은 엎드려서, 반쯤 드러누워 저마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는 "올해는 더 많이 읽자"며 새해 첫날 서점에 온 것을 매우 흐뭇해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또 다른 가족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엄마가 "어떤 책 고를래"라고 묻지만, 아이 표정은 영 좋지 않다. 결국, 엄마가 책 두 권을 억지로 고른 후 아이 손을 이끌고 계산대로 향한다.

   

베스트셀러 코너는 역시 사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남녀가 함께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어느 커플 가운데 여자는 책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행복한 듯하다. 하지만 남자는 좀 심드렁하다. 여자는 이런 남자가 못마땅한 듯 '책 읽기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도 남자는 사람들 책 고르는 모습에 더 정신 팔려 있는 모습이다.

서점과 함께 있는 문구점에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다. 주로 다이어리를 사려는 이들이다. 특히 여자 손님이 많다. 다들 다이어리 안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꼼꼼히 살피느라 시간을 한참 투자한다. 이런 속에서 한 20대 여성은 다이어리 안은 대충 훑어본 후 겉 디자인을 더 꼼꼼히 살핀다. 지갑처럼 하나하나 손에 들어 비교해 보다 결국 빨간색 다이어리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서점은 약속장소로도 훌륭한 곳이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책과는 상관없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스마트폰으로 시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새해 첫날 서점 풍경은 그렇게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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