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59) 조문환 하동군 기획계장

지난해 11월, 하동군 공무원이 쓴 한 권의 책이 화제가 됐다.

〈하동편지〉라는 제목의 이 책은 작년 한 해 동안 하동의 작고 소박한 얘기를 전국 2000명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 발간한 것으로, 고향 하동의 정취와 애틋한 정을 투박하고 진솔하게 담고 있다.

책의 주인공은 하동군 기획감사실에 근무하는 조문환(49) 기획계장이다.

책에서도 언급했듯 대학 시절을 제외하면 평생을 하동에서 산 토박이인 그는 고향 하동에 대한 애향심이 남달랐다.

그래서 하동군 공무원을 택했고, 그러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기 시작해 책까지 내게 됐다.

"재작년 1월 구제역이 발생했고, 거기다가 100년 만의 한파, 녹차도 얼어 죽었죠. 농민들이 힘겨워 할 때 농촌의 현실을 바라봤지만,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농촌의 현실을 도시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989년 하동군 금남면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면사무소와 문화관광과 등을 거쳤지만, 상당 기간 기획 업무를 맡았다.

어떤 업무를 맡든 큰 틀에서 로드맵을 그리고 일해야 한다는 업무 원칙과 꼼꼼하면서도 때로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과 맞았기에 8년 가까이 기획 업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민선 5기가 갓 출범했던 4년 전 기획계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앞으로 4년간 하동군 행정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았다.

'새시대 창조 뉴하동시티' 조유행 군수가 군정 방향에 대한 슬로건을 직접 제시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성과 위주의 방향 설정보다는 하동 다움은 무엇인지, 하동 스타일은 무엇인지, 하동군이 지닌 기본을 제대로 파악해 하동 시대의 개막을 활짝 여는 그러한 로드맵을 그렸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것보다는 직원과 군민을 염두에 두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군정의 연속성과 내실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민선 5기가 출범할 당시에 하동다움이 무언지 군민과 조직에 화두를 던지고 그게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새로운 것보다는 우리 군정의 지속성과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핵심적인 하동군 6대 어젠다를 만든 이유가 그랬고, 앞으로도 6대 어젠다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이러한 기획력 외에 하동군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일부 사업은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화개면에서 개장하는 하동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숙박시설 '다숙'과 화개면 7곳과 악양면 1곳에 지정된 '다원 8경'은 그의 제안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그가 기획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하동군의 최대 축제인 야생차문화축제를 담당했던 문화관광과에 있을 때의 시련과 부담감이 그를 성장하게 한 자양분이었다.

"야생차문화축제를 3년 내리 담당했는데, 2009년에 문화부로부터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러한 주변의 시선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고뇌가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축제가 저를 키운 태풍이고 번개고 천둥이었죠.(웃음)"

최근 그는 하동군 미래 도시 모습의 청사진이 될 경관과 디자인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관과 디자인은 단순한 게 아니라 하동의 브랜드와 연관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전문적인 분야여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어긋나 보이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군에서 일찍부터 경관에 관심을 두고 추진해 왔습니다. 우리 하동이 살아갈 길은 경관이라고 생각해서 그쪽 일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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