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곳] 하동∼구례 잇는 남도대교

하동군 화개장터 앞에는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알록달록한 다리가 하나 있다.

이른바 '영·호남 화합 상징'이라 불리는 남도대교다. 하동군 화개면 탑리~구례군 간전면을 잇는 다리로 총 길이는 358.8m이며 왕복 2차로다.

2000년 6월 공사에 들어가 3년 후인 2003년 7월 27일 개통했다. 사업비는 217억 원가량 소요됐다. 아치 양쪽은 각각 파란색·빨간색으로 되어있는데, 태극문양을 상징화한 것이다.

이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인근 주민은 줄 배를 이용하거나, 강을 건너기 위해 15km 넘게 돌아다녀야 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하동·구례·광양 사람들이 섬진강을 건너는 수단은 줄 배였다. 줄배를 통해 양 지역을 오가며 통학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다리가 하나둘 들어섰다.

1935년 하동읍 광평리~광양 다압면을 잇는 섬진교가 처음 만들어졌다. 이 다리는 6·25전쟁 때 폭파됐다가 1980년대 중반 다시 연결됐다. 1992년에는 하동 금남면~광양 진월면을 잇는 섬진강교, 1995년에는 하동 금성면~광양제철소를 연결하는 섬진대교가 들어섰다.

그리고 2003년 하동 탑리~구례 간전면을 잇는 남도대교가 개통했다.

남도대교 전경./박민국 기자

이 남도대교는 지금까지도 '영·호남 화합 상징'으로 부각해 있다. 생각해 보면 좀 우습기는 하다. 앞서 들어선 섬진교·섬진강교·섬진대교 역시 영·호남을 잇는 다리인데, 유독 남도대교에만 그러한 별스러운 호칭을 붙인 것이다.

사실 2003년이면 영·호남 지역 갈등도 이전보다 많이 수그러든 편이었다.

그것 아닐지라도 섬진강을 마주하고 있는 영·호남 사람들은 그냥 이웃 마을로 통한다. 비슷한 생활권 속에서 다르지 않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두 지역을 오가는 마을 버스./박민국 기자

이는 '하동 재첩' '광양 매실'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광양에도 재첩이 많이 나고, 하동에도 매실이 많이 나지만, 그렇게 이름나 있다고 해서 서로 시기하지도 않는다.

또한, 남도대교라는 이름을 지을 때 양 지역 간 갈등 역시 전혀 없었다. 사천~남해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가 만들어질 때 그 이름을 놓고 양 지역 사람들이 감정싸움을 한 것과는 참 대조된다 하겠다.

이렇듯 들여다보면 남도대교를 '영·호남 화합 상징'이라 하는 것은 바깥사람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별칭이라 할 수 있겠다.

바로 앞 화개장터가 '화합 장터'라 불렸기에 이 다리 역시 억지스럽게 끼워 맞춘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다리 위에는 경운기를 몰고 가는 할아버지, 화개장터 들렀다 구례로 돌아가는 할머니 모습이 정겹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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