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50) 창녕 부곡하와이 얼음나라축제

'따뜻한 남쪽나라'에도 동장군이 기승이다. 매서운 추위가 딱히 반갑지가 않다. 몸은 긴장되고 웅크려진다.

동장군의 위용과 몸을 노곤하게 할 따뜻한 온천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이 창녕에 머문다.

'2013 부곡하와이 얼음나라 얼음조각축제'가 열리고 있는 창녕 부곡온천은 우포늪과 화왕산과 더불어 창녕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경남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릴 적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와봤던, 지금은 기억에도 없는 추억이지만 그래도 이미 와봤다는 생각에 놀러갈 곳을 찾을 때마다 늘 제외했던 곳. 하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이 계절에 얼음 세상과 물놀이를 체험할 만한 곳으로 이 만한 곳은 없겠다 싶다. 부모님도 똑같은 마음이셨으리라.

부곡온천관광특구에 들어서니 아련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특구에는 24개 숙박업소가 있는데 어느 곳을 찾든 온천욕이 가능하다.

찬바람이 매섭긴 하지만 부곡하와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야외 놀이기구다. 마스크로 중무장한 아이들이 회전목마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땅 모양이 가마솥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부곡'. 그 이름에 걸맞게 부곡 온천수는 최고 수온이 78℃로, 이는 국내 온천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채수량이 6000톤에 이른단다.

숙박업소를 양 옆에 두고 부곡하와이(055-536-6331, 창녕군 부곡면 온천중앙로 77)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빼곡히 늘어선 관광버스를 보니 평일인데도 제법 사람들이 붐빌 듯하다. 입장권(대인 2만7000원, 청소년 2만1000원, 소인 1만8000원)을 구입했다. 다소 비싸다. 눈썰매를 타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입장권과 눈썰매 패키지도 마련돼 있다. 할인되는 카드가 있으니 오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정문 입장료로 즐길 수 있는 시설은 실내워터랜드, 대정글탕(실내온천), 식물원, 공연, 얼음나라축제 등이다.

한낮인데도 바람이 매섭다. 실외에 전시된 얼음 조각들이 햇볕에도 그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다. 얼른 식물원 안으로 몸을 피했다. 어슬렁어슬렁 식물원 안을 걷다 얼음나라 축제 전시관이 보이는 곳에서 식물원을 빠져나왔다.

얼음나라, 눈의 나라, 겨울나라, 추억의 놀이 등 4가지 테마로 이뤄진 전시관 안은 평균 영하 2∼5℃를 유지하고 있다. 차가운 기운이 볼을 감싼다. 브라우니가 지키고 있는 얼음나라 집 안은 얼음들이 아기자기한 살림 도구로 변신해 있다. 앉아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얼음의 감촉에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귀여운 얼음 조각 캐릭터와 얼음 미로, 얼음 성벽 등 얼음의 다양한 변신에 아이들은 이미 추위를 잊은 듯하다. 미끌미끌 얼음 위를 종종 걸음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얼음 미끄럼틀을 타보겠다고 떼를 쓴다. 8세 미만은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색다른 경험에 지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안은 아빠가 앓는 소리를 한다.

창녕 부곡하와이 얼음나라 축제 전시장에 설치된 얼음 미끄럼틀. 신기한 놀이기구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이와 함께 로마신화를 배경으로 한 얼음 조각품도 제법 시선을 끌고,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불빛을 머금은 얼음들이 신비함을 자아낸다.

15분여를 전시관 안에 있으니 손이 얼듯 춥다. 전시관을 나오면 추억의 놀이 공간으로 들어간다. 어묵 등 간단한 주전부리와 함께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실외로 나오니 오히려 바람이 덜 차게 느껴진다. 제대로 얼음나라를 구경하고 온 덕분이다. 놀이기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거센 바람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멈추게는 못하는 듯하다. 아이와 함께 놀이기구에 몸을 맡기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향한 곳은 실내온천. 수영장보다는 따뜻한 물에 얼른 몸을 담그고 싶다. 실내온천탕 '대정글탕'은 남녀탕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동굴온천탕, 옥황토 한방사우나, 원적외선 지압동굴, 녹차탕 등 다양한 사우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잔뜩 긴장했던 몸이 제대로 풀린다. 제법 넓기 때문에 웬만큼 사람이 모여도 여유있게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아이들도 물장난에 제대로 신이 났다.

창녕 부곡온천은 유황 성분을 많이 함유해 피부 질환, 신경통, 부인병 등에 효과가 좋단다. 아이들에겐 얼음축제의 신비함을, 어른들에겐 피로를 풀 수 있는 장소로 뻔하지만 색다를 수 있겠다.

처음 입장할 때 비싼 가격에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한 겨울,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하루종일 아이와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목욕까지 즐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돌아오는 길, 이내 아이는 차안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 관광특구인 만큼 식당과 편의점 등 먹을거리를 사먹을 곳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창녕 읍내에는 석빙고와 척경비 등 문화유산이 많고, 특히 철새가 날아다니는 우포늪의 겨울 풍경은 놓치면 아까운 곳이다. 얼음나라축제는 내년 1월 2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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