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34) 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도랑살리기 운동

지난 14일 창원시 의창구 북면 무곡리 신동마을회관. 추위는 더 심해지고 비까지 내렸지만, 어르신들이 속속 회관으로 모여들었다.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한해 동안 진행해온 도랑 살리기 운동을 일단락했다는 의미로 마을 들머리에 현판을 세운 날이었다. 공식적인 행사 이름은 '신천 1급수 만들기 1차 연도(2012년) 준공 현판식'.

"어서 오이소." 회관 안 따뜻한 방 한편에서 이불을 덮고 앉아 있던 어르신들이 이내 이웃들을 반긴다. 신동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북면 주민들이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도랑 살리기 운동을 주관하는 한국생태환경연구소 등에서도 참석했다. 모두 50여 명이 모였다. 이렇게 도랑 살리기 운동은 자칫 멀어질 수 있던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끈끈한 정을 다질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지난 14일 창원 북면 신동마을회관 근처 도랑가에 설치된 현판.

한편, 이 같은 현판식은 이달 초중순 신동을 포함해 고암, 대한, 마산, 지개, 양촌, 외감마을에서 잇따라 진행됐다. 모두 북면에서 올해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인 곳이다. 북면을 지나 낙동강으로 어이지는 지방하천인 신천을 깨끗이 만들려고 지역민들이 나섰던 것이다.

이런 소식은 다른 지역으로 흘러갔다. 특히, 낙동강과 인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북면에서 주민들이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자기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만들어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열심히 해야지예" = 신동마을 현판식에서 주민들은 한 해 도랑 살리기를 통해 느낀 바를 털어놓았다. 신동마을 주재순(69) 할머니는 "주민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잘하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지예"라고 수줍게 다짐했다.

이순환(64) 신동마을 주민은 "마을마다 회관 옆에 놓여 있는 쓰레기 수거함은 그냥 비치한 게 아니다. 국가나 기관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에 협조해야 하고, 특히 주민들이 쓰레기를 신경을 써서 버려야 한다"며 더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도랑 살리기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 됐고, 자부심으로도 이어졌다. 신동마을 이진규(74) 노인회장은 "도랑 살리기는 이장이 혼자 아무리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주민들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면서 "도랑 살리기 발원지인 신음마을에서 확산해 앞으로 북면 모든 마을에서 이뤄질 것이다. 우리 북면에서부터 깨끗한 소하천과 낙동강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자"고 강조했다.

조영제 북면이장단협의회장(외감마을 이장)은 "올여름에도 큰물로 월촌마을 교량이 쓰레기로 막혀 하마터면 신동마을이 침수될 뻔했다. 재앙을 현실로 보고 있다"며 "이장 전체가 협의해 상류에서부터 쓰레기를 거둬들이고 걸림돌이 되는 풀과 나무 등을 베는 일을 2014년까지 원만히 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낙동강을 타고 전해진 소식 = 창원시 북면 사례를 보고 도랑 살리기에 나서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다. 그만큼 신천 1급수 만들기를 위한 창원 북면 40개 마을의 도랑 살리기 운동에는 파급력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낙동강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경북 포항시는 내년에 도랑 살리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말 포항시 북구 죽장면 주민 30명 정도가 창원 북면 지역을 견학했다. 죽장면 하천은 낙동강 수계에 포함된다.

포항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한 마을을 선정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도랑 살리기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죽장면 입암리가 대상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 중이다.

이날 신동마을회관에서 한해 사업추진 경과를 듣고 있는 주민들 모습. /이동욱 기자

입암리는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로 전체 인구가 1700명 정도라고 한다. 이곳 마을 상류에 있는 도랑은 물이 거의 안 흘러 마른 상태다. 이 때문에 지저분해지고 있다. 포항시는 도랑 살리기를 통해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내주는 데 힘쓸 예정이다.

밀양시 또한 내년 도랑 살리기를 준비 중이다. 앞서 담당 공무원들이 창원 북면에서 도랑 살리기가 진행되는 모습 등을 둘러봤고,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에 들어가기 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한다.

밀양시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아직 대상 지역을 파악 못 했지만, 낙동강과 연결되는 밀양시내 도랑 현황 자료를 챙겨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도랑 살리기는 주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자체적인 추진력과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해시와 경북 상주시 등에서도 내년에 도랑 살리기를 확대하거나 처음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도랑 살리기는 창원 북면에서부터 낙동강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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