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주말 뷔페식당

깔끔한 외식프랜차이즈가 곳곳에 들어섰다지만, 단체모임 혹은 가족외식 장소로 뷔페식당은 여전히 인기다. 뷔페가 흔치 않던 시절에야 그날 하루 쫄쫄 굶다 저녁에 찾아서는 양껏 먹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드는 곳이다.

뷔페식당은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주말에 가족·단체 모임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창원시 상남상업지구 인근에 자리한 한 뷔페식당은 저녁 시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2~3명 단출히 온 이들보다는 5명 이상 무리가 많다. 연말 외식 분위기를 내기 위해 3대가 함께 한 가족이 유독 많다.

이들은 자리 잡고 윗옷을 의자에 걸어두고서는 곧바로 음식을 집으러 간다. 아이 아빠는 초반부터 너무 욕심을 내는 듯하다. 김밥·초밥을 한 뭉텅이씩 집는다. 뒤에 있던 아이 엄마는 "우선 하나씩만 맛봐"라고 충고해준다. 아이 엄마는 주로 샐러드같이 부담 없는 것들을 집는다. 할머니는 생선회·장어·죽 같은 것을 양껏 담는다.

   

꼬마 아이들도 자신들 취향이 있다. 10살 채 안 된 아이가 김밥·고기를 접시에 한 아름 담고 왔다.

엄마는 김밥이 수북이 쌓인 접시를 보고서는 "늘 먹는 건데 왜 이렇게 많이 담아왔어"라며 속상해한다. 아이는 그 말에 눈치를 보며 고기부터 먼저 집어든다. 엄마가 이내 할아버지·할머니와의 대화에 집중하자 김밥을 입에 밀어 넣는다.

다른 테이블 6~7살 된 아이도 혼자 음식을 둘러보며 꽤 고민하고 있다. 계속 빙빙 돌다 접시에 얹은 것은 게맛살 몇 점이다. 여러 음식 가운데 선뜻 몇몇만을 고르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은 듯하다. 엄마는 다시 접시를 들고선 아이와 함께 나간다. 최대한 아이 의견을 물으며 직접 결정하도록 신경 쓴다. 아이는 엄마 도움에 힘을 얻은 듯 이것저것 손가락질한다. 치킨, 잘게 썬 스테이크 등 꽤 많은 것을 수확한 후 자리로 돌아온다.

젊은 남자 몇몇이 모인 테이블에서는 전략을 짜기도 한다. "첫 번째 접시는 전부 한 번씩 맛보고, 두 번째 접시 때 먹고 싶은 것만 집중적으로 골라야 해."

"생선초밥 많이 먹는 게 남는 거다. 여기서 채소만 먹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겠다."

저녁 5시부터 몰린 손님들은 7시 넘어서도 계속 밀려든다. 원하는 음식을 담기 위해서는 줄을 서 꽤 기다려야 한다. 앞 사람이 뭉기적거리면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성질 급한 이들은 뒤에서 굳이 팔을 길게 뻗어 음식을 담기도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 앞을 지나는데도 말이다.

   

이 와중에 아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한다.

식당 종사자들은 금방 사라지는 음식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음식이 빨리 안 나온다며 투덜대는 손님 불평도 들어야 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음식재료가 부족해지자 더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헛걸음한 이들은 "근처에 다른 뷔페집 없어요"라고 묻는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는 뷔페를 즐기지 못할까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8시를 넘기자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한산해졌다. 좀 여유롭게 음식을 고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어느 테이블에서는 음식이 못마땅한 듯 투정을 늘어놓는다.

"대게 있으면 먹으려고 했는데…. 뷔페 오면 늘 느끼는 거지만, 진짜 먹을 게 없다."

"음식이 안 싱싱하다."

그래도 다른 이는 반론을 제기한다.

"뷔페에 맛보러 오나. 배 든든히 채우려고 오지."

이 뷔페식당 주말요금은 어른 2만 5000원, 초등학생 1만 3200원, 4세 이하 유아 6600원이다. 이 정도 대금을 치르고 느끼는 만족도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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