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끝나고 한국의 대학생들이 완전멘붕(Complete Men-Boong)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멘붕이란 '멘탈 붕괴(Mental breakdown)'의 줄임말이고, '멘탈붕괴'는 정신에 가해진 충격으로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이르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멘붕은 '정신이 허물어져버린 상황' '정신적인 공항상태'를 일컫는다고 친절하게 의미를 풀이해 놓았다.

유치하지만 나도 요즘 의기소침, 두문불출, 멘붕에 빠졌다.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멘붕스쿨'을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림 속의 유령 같은 사내가 되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출구조사의 섬뜩한 숫자가 화면을 떠나 긴 반향을 남기면서 하늘·땅·다리는 절규의 메아리로 온통 휘감겨 버렸다.

오슬로 뭉크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뭉크의 1893년 작품 '절규'는 원제가 독일어로 '데어 스크레이 데어 나투어(Der Schrei der Natur)'다. 영어로는 '더 크라이 오브 네이처(The cry of Nature)'였다가 '더 스크림(The Scream)'이 되었다.

뭉크의 작품들 중 가장 표현성이 강하고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같은 주제를 그린 소묘 작품에는 뭉크의 다음과 같은 글이 덧붙여 있다.

"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고 나는 한 줄기 우울을 느꼈다. 친구들은 저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나만이 공포에 떨며 홀로 서 있었다. 마치 강력하고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질러가는 것 같았다."

그림 속 형상은 화면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유령처럼 전율하면서 양손을 얼굴에 대고 정면으로 관객을 향하고 있다. 그의 해골 같은 얼굴에는 공포에 찬 절규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흘러나온다.

배경 화면 구성은 대담하게 사선으로 처리되었고, 얼굴선의 동적인 처리와 빨강·노랑·파랑의 삼원색에 맞추어진 배색은 형식적인 면에서 더욱 강렬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붉은 구름은 불타고 있고 하늘이 돌연 피처럼 붉게 물들어 공포스러움을 더한다. 절망적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작품 '절규'는 하드보드지 위에 오일, 템페라, 파스텔로 그린 그림으로 1893~1910년 사이 4가지 버전이 그려졌고, 이 중 한 작품이 올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 1992만 달러(약 1354억 원)에 낙찰되었다.

   

블로그에 짧게 의기소침, 두문불출이라고 적었다가 그것도 사치스러워 지우기를 몇 번.

〈타임〉지 표지사진에 등장했던 독재자의 딸을 보면서 그림 속 유령의 모습으로 전율하면서 요즘 유행인 멘붕에 빠진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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