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시장·군수에게 듣는다] 하창환 합천군수

관광자원이 풍부한 합천을 더 잘사는 곳으로 만드는 방법은 뭘까. 하창환(63·무소속) 합천군수가 끊임없이 되뇌는 고민이다. 하 군수는 취임 당시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군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잘사는 농촌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관광(자연환경)과 농업을 미래성장 토대로 설정한 하 군수, 그의 2013년 군정 계획을 미리 들여다봤다.

-취임 때 '열린 행정, 군민이 만족하는 행정'을 공약했는데, 가장 큰 성과는.

"관례적으로 행정 턱이 높다는 거리감이 있었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현장 속에 뛰어들어 다 해결했다. 조직 개편도 해봤다. 복합민원담당, 미래정책담당, FTA 대책담당을 만들었다. 가장 창조적인 행정은 다양한 공모사업에 응모한 거다. 공모 전담 부서 신설해서 지금까지 42개 공모사업에 응모했고 1267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잘 안 된 부분은 뭔가.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 군민 현안사업들이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조기 착공, 국책사업이니까 기본타당성조사 등 시간이 걸린다. 울산~합천~함양 간 고속도로 사업도 설계만 2년 걸리는데, 군민들은 불편하니까 어서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관광과 농업을 합천군 미래성장 동력으로 여기는 하창환 합천군수는 2013년엔 팔만대장경의 보존적 가치뿐 아니라 경전 안에 들어있는 역사, 문화 등 내면적 가치를 세계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일호 기자

-2013년 군정 방침은.

"나눔과 수요자 중심의 복지 실현을 해야겠다 생각한다. 지역(중부, 동부, 남부, 북부)별로. 합천은 농축산업 소득이 40% 차지하는데, 축산가격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축산도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수한 육질을 생산해야 한다. 세 번째는 글로벌 수준의 친환경 레저 관광단지를 만드는 거다. 고품격 생활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합천 젖줄 황강을 사계절 레저스포츠(승마, 수상레저 등)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 국토관리청에서 500억 원 들여 기반시설은 해준다."

-대장경축전이 성공했는데, 장기적인 대장경 사업 계획은.

"2011년은 팔만대장경의 보존적, 외면적 가치를 알린 한해였다. 이제는 경전 안에 들어있는 역사, 문화, 지리 등 내면적 가치를 세계에 내놓아야 한다. 대장경을 보통 '心(마음 심)' 하나로 표현하는데, 평화로운 마음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때 합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거다. 올해 국제행사로 승인받으면서 기획재정부가 B/C(비용편익비)를 따져 다른 곳보다 부족하다 해서 논란이 많았다. 대장경 가치는 수익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대장경 내면적 가치연구는 누가 하나.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하는 스님들이 있고, 대장경 조직위원회,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있다. (내면적 가치 연구사업은)다행히 예산 150억 원 중 1억 5000만 원만 삭감돼 도비 지원 받아 진행된다."

-관광 사업 중 8개 테마길 반응이 좋다.

"2011년 대장경 축전 하면서 '해인사 소리길' 하나 만들었는데 엄청난 호응이 있었다. '합천 활로' 찾아보자 해서 8개 테마길을 만들었다. 1920~80년대 서울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테마추억길', 황매산 기(氣)를 받을 수 있는 '황매산 기적길', 조식 선생이 태어난 곳을 기린 '남명조식선비길', '합천호 둘레길', 49㎞ '황강 은빛백사장길', 습지가 보존된 '정양늪 생명길', 4~5세기 후기 가야국 '다라국' 흔적이 있는 '다라국 황금이야기길'이다. 길마다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서 역사 탐방, 문화유적 체험을 할 수 있다."

-농업 정책 '5·4(5·5·5·5) 프로젝트'가 매우 특색 있다.

"합천은 농민이 전 군민의 80%다. 취임 당시 농축산 분야 예산투자비율이 17%였다. 25%까지 올리면 농업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싶어 예산의 30%를 농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농민도 전업을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술 개발해야 된다 생각했다. '오·사(5·5·5·5)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정부의 농업정책은 하향식으로 보조사업 받는 형식에 그쳤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물론 개인이 연간소득 5000만 원 이상 올리겠다고 하면, '할 수 있다' 동기 부여하고 지원해주는 농업시책을 폈다. 농민 리더 교육은 군에서 하고 외부 강사도 초빙하고. 연간 100억~150억 원 정도 든다. 하지만, 미래 농업을 위해 아깝지 않다.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판매하는 것도 문제여서 농산물유통회사 설립했다. 회사 소액주주들이 농업인이다. 농업회사 통해 작은 생산량도 팔아주니까 친환경, 우수한 농산물 생산하자는 인식이 생겼다."

-공공비축미 가격 높인 것,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5만 2000원 하던 공공비축미를 6만 원씩 하도록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모든 군민이 의아해했다. 2005년엔 매입가격이 6만 2000원이었는데 매년 떨어졌다. 저는 경상경비, 선심행정 절약하면 1년에 20억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첫해 바로 6만 원 보장해줬다. 어려운 농민들에 대한 관심, 희망을 주는 게 군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농업행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는.

"농촌이 가장 어려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자녀교육 위해 농촌을 떠난다. 젊은 사람들에겐 사교육비 같은 게 가장 부담 되고. 두 번째는 농기계 부분. 합천군에서 대여 농기계사업 2004년 전국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4개 지역에서 대여해주고 있다. 농촌 인력도 절감하고, 가장 부담되는 농기계 값도 줄일 수 있어 사랑받는 시책이다."

-지방정부로서 가장 힘든 점은 뭔가.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 군수들이 가장 어렵게 겪고 있는 것이 인구 감소다. 노동력이 부족한 것. 농촌 기형화가 심해져 고령화 농민이 32%다. 실제 마을로 가면 70대가 제일 젊다. 두 번째는 산업 활동의 지역 간 격차, 그다음으로 생산, 소득의 지역 간 불균형, 국가 재원배분 불균형 등이다. 정부에서 균형발전 얘기하지만 지자체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 정부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문제가 우선이다. 시골에서 우수한 교육 받게 하려면 정부에서 지역 학교 활성화 위해 지원해줘야 한다. 두 번째는 젊은 인구가 더 유출되지 않도록 젊은 사람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군정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젊은 친구들에게 머리를 빌려라, 선배들은 경험과 노하우를 줘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가고 싶은 곳 가봐라, 배낭여행도 가고. 직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스터디그룹 아이디어를 갖고 미래정책담당 팀을 만들었다. 아침마다 정부 공모사업에 응모하도록 준비해보라고 한다."

-마무리할 일이 많은데 연임 생각은.

"민선 5기 후반기 들어섰는데 연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저는 행정가 출신이지 정치가가 아니다. 군민을 기만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정말 살림 잘살고 청렴하고 약속 잘 지키는 그런 군수로 계속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군민들 평가에 따라 한 번 더 해야 된다고 하면 그럴 생각은 가지고 있다."

-무소속인데, 정당 가입 계획은 없나.

"군정을 펴면서 요즘 (생각이)바뀌고 있다. 정치적 힘의 논리보다는 공직자의 창의성, 새로운 행정논리를 개발해야 하고, 의지를 얼마나 갖고 일을 하느냐, 또 그 일에 대해 군민들이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느냐에 따라 군 재정도 튼튼해진다. 필요한 사항은 여야를 막론하고 부딪칠 수 있고 (무소속이니까)쉽더라. 힘의 논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공무원들이 다가가서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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