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틀 깬 장식품·모양·높이 다양…상상력 돋보여 보는 재미 쏠쏠

크리스마스를 설레게 하는 건 분위기다. 알록달록 반짝이는 전구, 하루 종일 흘러나오는 캐럴,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 등. 그중 으뜸은 크리스마스트리다. 겨울에도 푸른 전나무와 선물이 담긴 빨간 양말, 새콤달콤한 지팡이 사탕 등에 흠뻑 빠져있는 사이, 문득 떠오르는 생각. '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8세기께 독일에 파견된 선교사 오딘이 떡갈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을 보고, "전나무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라"고 설교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전나무에 쌓였던 눈들이 달빛에 반사된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하얀 눈 대신 꼬마전등으로 전나무를 꾸몄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데 특별한 공식은 없다. 공통분모가 있다면 빨간 색(사랑과 희망)과 녹색(희생과 영원한 생명), 하얀색(순수와 순결)이 있다는 것. 요즘은 고전적인 형태를 벗어던지고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눈길을 끈다.

붉은 꽃으로 장식한 브라질의 크리스마스트리.

◇나라마다 다르다 = 나무 형태를 띠는 25m 높이의 구조물. 녹색 불빛이 뿜어져 나온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광장에는 이번 달 1일 건축가 두 명이 만든 금속 트리가 세워졌다. 나무를 네모라는 도형으로 단순화해 추상적인 형태로 나타냈다. 브뤼셀 동쪽 80㎞ 떨어진 하셀트에는 도자기 접시와 컵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높이는 9m로 도자기 접시만 무려 5000여 개다.

도자기 접시와 컵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높이는 9m로 도자기 접시만 무려 5000여 개다.

중국 장수성 난징에는 청백자(靑白磁)를 띤 크리스마스트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청백자는 중국 송·원시기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자기로 순백에 푸른빛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트리 하면 으레 녹색이라 생각하는데, 중국은 편견을 깨고 동양의 미가 물씬 풍기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열정과 축제의 나라 브라질에는 어떤 트리가 세워졌을까. 축구공 모양을 띤 트리는 아닐까? 내심 기대했건만, 빨간색을 띤 꽃들로 장식됐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설치된 트리는 브라질 특유의 화려함과 정열이 묻어난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는 전나무 중 가장 큰 36m 대형 트리가,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는 2000개의 유리 볼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는 이색 퍼레이드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이 자전거로 전기를 만들어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진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서울시청 광장에 있는데, 지름 15m, 높이 22m다.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 크리스마스트리를 꼭 나무로 만들라는 법은 없다. 생각의 틀을 깬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재미 있는 아이디어를 응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직접 만들어도 좋다.

1950년대 스테이지 쇼에서 프로듀서 잭 엔트래터(Jack Entratter)는 'Human Christmas Tree'를 만들었다. 사람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로 화려하고 잘빠진 여자들을 한데 모아 세모 형태를 만들었다.

1950년대 스테이지 쇼에서 프로듀서 잭 엔트래터가 사람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인 패트릭 로저. 그는 초콜릿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는데 크기가 무려 10m다. 멀리서 보면 흰 눈을 맞은 검은색 나무에 불과하지만 가까이 가면 달콤함이 물씬 풍겨 실컷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가 사용한 초콜릿 바는 무려 80만 개며 한 달동안 작업했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초콜릿 조각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덴마크 알보르그 지역의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는 책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참 도서관다운(?) 아이디어다. 책을 연거푸 쌓아올려 나무 형태를 만들었고, 맨 꼭대기에는 별을 달았다. 다행인 건, 책의 표지가 녹색이라는 점. 책장 크리스마스트리도 있다. 한 디자인회사에서는 책장을 여러 겹 쌓아 그 안에 트리 모양으로 책을 배열했다. 단순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미소를 머금게 한다.

세모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싫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된 역삼각형 트리. CNN에서도 특별보도한 이 트리는 역발상이 돋보인다. 물구나무서기 하듯, 거꾸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재밌고 특이한 것은 물론 트리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역삼각형 모양인 크리스마스트리.

재활용품을 활용한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떤가? 중국 상하이의 한 백화점에서는 빈 맥주병을 쌓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고, 한 디자인 회사에서는 플라스틱병을 이용해 높이 13m가 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크리스마스트리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더한다면 색다르게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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