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소문난 인심, 거기 반해 눌러 앉았지"

거제는 삼한시대 변한 12개국 가운데 '독로국'이라 칭하던 곳으로 그 역사가 깊은 고장이다. 이승철(75·사진) 향토사학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길 들려주었다.

"거제는 섬이면서도 산이 좋고, 특히 물이 풍부해요. 수십 년 전에는 통영 사람들이 거제 물을 받아먹기도 했어요. 이 때문에 '왜 우리 물을 바깥에 주느냐'며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군수가 곤욕을 치렀죠. 이전에 받았던 시민상을 박탈하기까지 했어요. 어쨌든 물 많고, 따뜻하고, 수산자원 풍부한 곳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사람이 몰려들었던 것 같아요."

이승철 향토사학자 고향은 거제가 아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던 31살 때 이곳에 정착했다. 그런데 그 인심에 반했다 한다.

향토사학자 이승철 씨./박민국 기자

"제 고향은 합천이에요. 거제 간다고 하니 양반골 사람들은 뱃사람들 많은 곳이라며 걱정 많이들 했어요. 그런데 실제 오니 방도 공짜로 주고, 갯가에서 잡은 것도 먹어보라며 막 갖다주고 그래요. 알고 보니 인심 좋은 곳이었던 거죠. 이곳 사람들은 섬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옛 문헌에도 인심이 두텁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 인심에 반해서 정착하게 된 거죠."

하지만 현재 모습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듯하다.

"지금은 참 각박한 곳 가운데 하나로 변했습니다. 1970년대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외지 사람이 엄청나게 들어온 탓이죠. 조선소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인심 풍요로운 고장은 옛이야기가 돼 버렸습니다. 물가 높기로도 유명한데, 거제대교 뚫리고 난 이후 조금 낮아진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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