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49) 부산 크리스마스 트리 축제

선거송이 물러간 자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연말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것은 종교에 관계없이 크리스마스다.

"거리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물결, 기쁜 크리스마스 또 찾아왔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다 함께 웃음소리 끊이질 않네."

크리스마스 캐럴 '실버 벨'과 딱 맞아떨어지는 곳을 찾아 떠난 곳은 제4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가 열리는 부산 광복로 거리. 내달 6일까지 부산 광복로 일원에서 열리는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지난 1일부터 저녁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점등되면서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문화축제는 이제 크리스마스는 물론, 연말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추억과 낭만의 겨울밤을 보내기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 들어 최고 추웠다는 지난 18일 밤 광복로 거리 중심에 섰다. 매서운 바람에 목도리를 칭칭 감아 눈만 겨우 내어 놓았다. 장갑에 부츠까지, 단단히 무장하고 나선 길이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다. 발 디딤 틈 없이 북적인다. 강추위 속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에 하나같이 설렘으로 가득하다.

갓난쟁이를 품에 안은 가족부터 연인, 친구끼리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 등 오색찬란한 불빛 앞에서 사진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창선삼거리에 세워진 메인 트리는 높이가 12m다. 붉은색과 블루 화이트의 장식 조명은 환상적이면서도 연말 분위기를 내는 데 그만이다. 올해 축제는 지난해보다 더 길어진 총연장 1.16km에 A·B·C 등 3구간으로 나눠 주제별 이야기가 있는 트리가 설치됐다.

   

먼저 A구간에는 '별을 따라가는 아이', '천사를 만나다', '눈 내리는 마을', '별이 내리는 길' 등 4가지 주제를 적용했다. 끝없이 하늘에서 조명 눈이 내리고 천사 날개의 조형물 앞에서 부모들은 아기 천사들을 세워 놓고 그 모습을 담아 내려 애를 쓴다. 대형 하트 조명은 사랑스러움을 더하고 눈사람, 기린, 곰 등 형형색색의 조명을 담은 조형물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B구간은 '소망과 기원의 거리', C 구간은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을 형상화한 '사랑과 나눔의 거리'로 조성됐다.

   

창선삼거리 메인 트리 앞에서 매일 공연이 펼쳐진다.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캐럴을 흥얼거리며 추위도 잊은 채 사진 찍느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셔터를 눌러댔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광복로에서 창선삼거리까지는 도로가 통제돼 맘껏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대청동에서 부평동 방향으로 가는 도로는 통제가 되지 않아 차들과 사람들이 뒤엉켜 조금 복잡하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차 없는 거리가 해제된 구간을 걸을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차 없는 거리는 거리 화가들과 기타 하나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거리 악사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사랑의 차 무료나눔 행사도 함께 펼쳐지고 있어 차 한잔을 손에 쥐고 걸으면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거리 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거리 음식. 솜사탕과 군밤, 따뜻한 차 한 잔과 어묵 국물이 소소한 즐거움을 보탠다. 거리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24일 성탄절 전야와 성탄절이 될 듯하다. 다양한 크리스마스캐럴 메들리가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담겨 거리를 꽉 채울 예정이다. 북적거리는 남포동 거리엔 익숙한 사람들도 눈 앞에 내려 온 형형색색의 빛의 향연장으로 변한, 그리고 들뜬 목소리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에 새로운 경험이 될 듯하다.

   

사는 게 바빠서, 혹은 아이와 밤거리 걷는 게 부담스러워 한동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면 올해는 큰 맘 먹고 한번 떠나보길. 세밑이 가까워지면 괜스레 쓸쓸해지고 심란해질 수밖에 없지만 소원을 걸어두는 트리에 올 한 해를 보내며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주차할 장소도 마땅찮고, 주차장들은 30분에 1500원으로 맘 놓고 구경하기엔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찾아가는 길

△KTX철도 = 부산역 하차 - 부산역 맞은편 버스승차 - 남포동 입구 하차 - 걸어서 10분 광복동

△지하철 = 1호선 남포동역 하차(1번 출구) - 걸어서 10분 광복동

△시내버스 = 5-1, 6, 7, 9, 11, 17, 26, 41, 71, 113, 1003(급행) - 남포동 극장가 하차 - 걸어서 10분 광복동. 15, 40, 81, 126, 135, 186, 58-1 - 구제시장에서 내린 후 걸어서 10분 광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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