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사람이 된 거 아임미꺼"…상인·시민 모두 팍팍한 살림살이 호소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됐든, 서민들의 일상에는 변함이 없다.

얼굴까지 새파래지는 한파가 계속된 20일 오전 마산역 앞 임시 역전시장. 추위도, 전날 끝난 선거도 쪽파 무 다듬는 채소상들 부산한 손길에 변화를 줄 수는 없었다.

인근 번개시장 현대화 공사로 인해 지난 10월부터 역전 광장으로 옮겨온 이곳 상인들 이야기는 늘 그런 것처럼 푸념으로 시작됐다.

"임시로 옮겨온 장인데 장사가 잘 되겠심미꺼? 밑에(번개시장)는 밑에대로, 여는 여대로 흩어져 있는데…. 빨리 옮겨가든지 해야제."

천막을 친 국밥집 아줌마 푸념대로 번개시장 현대화 공사는 더디다. 연말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이런 저런 문제로 아직 바닥공사를 면치 못했다.

국밥 한 그릇 시켜놓고 몇 술 뜨다가 아줌마들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기분이 좋아서 한 잔 안 했나! 박근혜가 대통령 됐으이 얼매나 기분이 좋노." "그래, 한 잔 했는가베?"

10월부터 임시로 운영되는 마산역광장 번개시장./이일균 기자

국밥에 들어갈 선지며 파를 듬성듬성 썰면서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눴다. 싱긋이 웃는 낯이 방금까지 하던 푸념 자리는 사라졌다. 마침 의도했던 화제라 기자가 넌지시 물었다.

"그래 기분이 좋슴미꺼?" "그라머예. 될 사람이 된 거 아임미꺼."

일부러 퉁명하게 받아봤다.

"뭐가 그리 될 사람임니꺼?" "아따 아이씨는 박근혜 안 찍었능가베. 그래도 우리 박근혜가 한 번 해야 안 되겠심미꺼.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 아잉가베."

이제는 당선인이 된 박근혜 앞에 왜 '우리'가 붙는지, 무슨 약속을 지켰다는 건지 다시 묻고 싶었지만, 이 손님 저 손님 받아야 할 아줌마를 추궁할 수는 없다. 다시 국밥 몇 술을 뜨자 이번엔 앞자리 50대 아저씨가 말을 받았다.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지예. 왜, 멫년 전에 천막 우에서 한나라당 살리는 거 보이소.(2004년 총선 패배 후 당 대표를 맡아 여의도에 천막당사를 세우고, 이후 2008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일이다.) 올해 총선도 마찬가지고."

"그 약속이야 당원들하고 한 약속이고, 서민들 살림살이에 대해 약속을 받고 그걸 지키는 걸 혹시 경험하셨슴니꺼?"

"그라머예. 인자 그걸 하겠다는거 아임니꺼. 없는 사람들 위하겠다! 지킬깁미더."

목수 일을 한다는 그는, 그리고는 막걸리 잔을 걸쭉하게 비웠다.

"요즘은 추워서 당최 일이 없다"는 푸념도 간간이 섞었다.

한파에 새파래진 얼굴에 입김을 술술 쏟아가면서 파를 써는 아줌마,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요즘 일이 없다는 아저씨.

'서민들 팍팍한 삶에 뭐가 그리 큰 변화가 있을까' 회의감을 갖고 듣던 기자가 자극받을 만큼, 그들의 새 대통령 칭찬은 씩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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