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아쉬움·기대·걱정·바람…' 만감 교차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는 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당선인을 지지했던 사람은 지지한 대로, 반대했던 사람은 반대한 대로 소감이 없을 수 없다. 서민들 살림살이와 관련해 기대하거나 낙담하고, 앞으로 정책에 적극 호응하거나 아예 등을 질 수도 있다. 그들의 선거 평 속에서 서민들 삶을 들여다보자.

"정말 잘됐다…약속 꼭 지킬 사람"

◇김민전(55·목수·마산회원구 양덕2동) = 속이 다 시원하다. 정말 잘 됐다. 박근혜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몇 년 전 총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을 맡아서 여의도에 천막 당사를 만들고, 그 다음 선거에서 승리로 이끌었다. 다 진다는 올해 총선도 그랬다.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선거과정에서 내내 "없는 사람들을 위하겠다"고 약속했다. 분명히 약속을 지킬 것이다. 건축 일을 한다. 목수다. 요즘은 추워서 일이 많이 없다. 날이 추울 때는 나무에 못을 박을 때 갈라진다. 다른 사정도 있다. 날이 추울 땐 일 자체가 많이 없다.

"어르신들, 새 정치 희망 저버려"

◇김광호(38·직장인·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 아쉽다. 이번 대선은 미래를 바라보는 선거였는데, 어르신들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젊은 세대들의 희망을 저버린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큰 것 같다. 새 대통령에게 그나마 바라는 것은 서민복지·대통합을 하겠다는 각종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지 말고 약속을 지켜주는 것이다. 도지사 선거는 예상했던 결과다. 김두관 전 도지사의 중도사퇴 영향이 컸다고 본다. 앞으로 몇년 동안 경남에서 야권도지사가 나오기 어렵게 만들었다. 도지사 공약 가운데 우려되는 것은 도청 이전을 선거전략으로만 그쳤으면 하는 것이다. 과연 도청 이전이 필요한가부터 검토해야 한다.

마산역 광장의 노인들. 그들의 박근혜 당선인 지지 경향은 강했다. /이일균 기자

"현 정부 연장…서민 위할지 걱정"

◇김윤혜(여·50·주부·창원시 사파동) = 여성이 대통령이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만 인정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인데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지 걱정되는게 사실이다. 사회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는데 기득권을 바꾸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선거 당일 일흔 살이 넘은 어머니가 전화해서 박 후보를 찍으라고 하시더라.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성장을 통해 국가 녹을 받아 공부하고 컸으니 찍어줘야 한다면서 마치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말씀하시더라. 나도 50대지만, 우리 세대나 부모 세대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안타깝다. 홍준표 도지사는 서울에서 줄곧 생활하다 갑자기 와서 지역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있을까 싶다. 사소한 지역 실정을 모르고 정책을 입안할 때 자기 생각대로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젊은층, 더 고생해봐야 하는 생각도"

◇주은영(37·직장인·창원시 진해구 이동) = 50대 투표율이 90%라는 결과가 경이롭다. 병원에 입원한 아픈 사람들 빼고는 거의 다 찍었다는 것 아니냐. 반면 20대 투표율 65%에 그친 것 보면, 젊은 애들도 비싼 등록금 내려고 아르바이트하면서 고생을 더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선거 기사 댓글 중에 '이제는 돈이 있어야 한다'는 글이 눈에 띄더라. 서민들에게는 희망이 없으니 부지런히 돈이나 벌자는 의미로 읽혔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안 좋은 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면죄부를 줄까봐서다. 어른들 얘기 들어보면 박근혜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박정희를 좋아하는 거다. 개인의 삶과 행복보다 나라 전체 경제발전이 우선이라고 여긴다. 경제 발전하면 자신도 잘 살거라는 세뇌가 돼버린 것같다.

"대형마트 못 들어서게 해야"

◇강옥애(61·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 가음정시장에서 16년간 김치 장사를 하고 있다. 처음 장사를 할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비집고 지나갈 틈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그만큼 장사가 잘됐다. 그런데 중앙동에 이마트 창원점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마트 바로 옆에 롯데마트도 들어섰다. 이제는 가음정시장 바로 옆에 남창원농협하나로마트가 들어선다고 한다. 우리는 데모도 해보고, 창원시에 규제 요구도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저기 마트는 이마트보다 더 규모가 커서 시장 상인에게는 직격탄이다. 시장 상인들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큰 거 안 바란다. 더 잘 살게 해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근처에 더는 대형마트가 서지 못하게 해 그냥 지금 정도라도 장사가 유지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공계열 적극 투자해주길"

◇김현도(21·창원대 전자공학과) = 대학생들 취업 좀 잘 되게 해줬으면 좋겠다. 학비도 내려줬으면 한다. 국립대라서 사립대보다는 싸지만 그래도 공과대학이니까 상대적으로 학비가 비싸다. 그래도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다행이다. 나는 '퍼주는 것' 정말 싫어하는데, 문재인 측은 좀 친북에 가깝지 않나. 그리고 여성 최초 대통령이 됐으니 뭔가 바뀌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 또, 이공계열을 살려줬으면 좋겠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대를 나온 것으로 아는데, 공과대에 투자 좀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대학 출신에게 취업 할당제를 관공서나 대기업 등에서 시행하면 좋겠다.

"이제 우리 사회는 여성 시대"

◇김기선(여·68·함안군 함안읍) = 정말 기쁘다. 선거 전에 내가 조금만 똑똑했으면 박근혜 후보에게 전화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여자는 사람으로 안 봤다. 공부도 안 시키고 그랬다. 이제는 우리 시대 여자 시대가 됐다. 부디 경제가 풀리고, 자식들 벌이가 나아지고, 손자들이 걱정 없이 살게 해주면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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