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단일화 효과 '미미' MB 선긋기 '주효'…동정표도 '한몫'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세론은 굳건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부터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됐고,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기록해 왔던 박 당선인은 선거일 전까지 지지율 수위를 내놓지 않았다. 막판 문재인 후보의 추격이 거세긴 했으나 박 당선인의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도, 이정희 후보의 TV 토론 공세도 박 당선인의 버티기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한 데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 정책을 광범위하게 수용하고 폭넓은 복지 공약을 받아들이면서 이명박 정부와 1차 선 긋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선거 운동 기간에는 "이명박 정부도 실패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부각되면서 선거 기간 내내 정권교체 요구가 들끓었던 게 사실이고,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드높았다. 박 당선인의 대세론을 위협한 안철수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 이를 증명했다. 급기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면서 박 당선인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9일 저녁 당사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뀌는 게 곧 정권 교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움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대란 등을 거론하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도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문재인 후보를 일컬어 "실패한 정권의 핵심 실세"라는 공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유례없었던 '보수 VS 개혁·진보'의 일대일 대결구도는 결과적으로 보수 대연합을 더욱 공고히 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유리하다는 공식도 여지없이 무너뜨리면서 보수층은 결집세를 과시했다.

선거일 전 문재인 후보 측은 투표율 70%가 넘으면 유리하고, 75%가 넘으면 당선이 확실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종 투표율은 75%를 넘었고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TV 토론 도발은 보수대연합을 '콘크리트화' 했고, 선거 막판에 터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 공방은 문재인 후보 측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과정 등에 미심쩍은 부분이 지적되긴 하지만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로 비친 탓이다.

'안철수 바람'이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잠잠해진 것도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 요인 중 하나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유기적이고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야권 특유의 바람몰이를 창출하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요구한 정치 쇄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당 대표단 사퇴 등으로 시늉 내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전격적이고 파괴력 있는 정치 쇄신안을 준비할 여유는 충분했지만 미적미적하면서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다. 패배했지만 많은 표를 얻은 문재인 후보의 영향력이 일순간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친노 세력의 균열은 불가피해졌다.

또한 문재인 후보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같은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인물 중심의 선거전을 펼치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반면 박 당선인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고 비운의 가족사는 동정표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대한민국과 결혼하겠다"는 레토릭은 그 정점이었다.

75%가 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박 당선인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선거 기간 공약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책을 어떻게 현실화하느냐다. 야권의 공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이명박 정부와 선 긋기가 지속돼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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