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28) 의령 자굴산 밭미나리 작목회 정현대 총무

"밭에서 친환경으로 미나리를 키우니 '집 없는 달팽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간혹 '미나리에 작은 거머리가 있다'며 항의전화를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그러면 진정하고 잠시 들여다보고 있으라고 말합니다. 좀 있으면 머리에서 수염 같은 게 2개 올라올 거라고, 그건 거머리가 아니라 집 없는 달팽이라고 설명합니다."

의령 가례면 일대에서는 밭미나리 재배가 한창이다. 미나리는 물에서 자란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곳 미나리는 상추나 깻잎처럼 밭, 하우스 안에서 자란다. 가례면 갑을마을 군데군데 비닐하우스가 있고, 하우스 입구에 컨테이너로 만든 가건물이 있다. 대부분 밭미나리를 키우는 곳이다.

의령 자굴산 밭미나리 작목회 정현대(58) 총무는 젊은 시절 부산에서 잠시 살다 평생의 반려자인 강수자(55) 씨를 만나 결혼하며 의령으로 돌아왔다. 1982년의 일이다.

"모든 게 힘들었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농사일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강수자 씨 옆에서 "촌이 더 편하지 뭐. 시간도 많고"라는 정 총무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1994년쯤 1개 면 1품목 명품화 사업이 시행됐습니다. 가례면은 밭 면적이 작아 다른 곳에서 많이 하는 작물로는 경쟁력이 없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마늘이나 양파로는 밀린다고 본 거죠. 의령군 농업기술센터와 주민들이 의논해 선택한 것이 밭미나리였습니다. 갑을리 골짜기 경지 정리를 하고 1996년인가 미나리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의령군 농업기술센터는 자굴산 자락의 청정한 물과 일조량이 부족한 음지라는 지리적 조건이 미나리가 자라는데 최적지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가례면에 밭미나리가 도입됐다. 미나리는 저온성 식물이라 크게 보온을 하지 않아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적중했다.

시설 하우스 재배 농가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겨울철 난방이다. 난방 연료비가 생산비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미나리 하우스에서는 온도를 올리기 위해 별도로 난로나 온풍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지하수를 이용한 수막시설로 저온성인 미나리가 자라는 데 필요한 난방이 충분하다. 난방을 위해 하우스는 3중으로 지었다.

미나리는 봄에 파종한다. 종자 논을 만들어 넝쿨이 나면, 이 넝쿨을 잘라 하우스에 흩어 놓는다. 여기서 뿌리가 내린다. 이게 8월 말~9월 초의 일이다. 30일쯤 후에 수확한다. 그 후 35~40일가량 지나면 또 수확할 수 있다. 이렇게 다음 해 8월 중순까지 9번 정도 수확하므로 연중 수확이 가능하다.

하우스 안에서 자라므로 한겨울에도 수확할 수 있어 이곳 미나리는 특히 요즘 인기다. 이곳 미나리는 이마트 등에 납품된다.

정현대 총무는 5000㎡(1500평) 5개 동의 하우스에서 연간 300상자(4㎏ 기준)가량의 밭미나리를 수확한다. /김구연 기자

마침 정 총무를 만난 지난 11일, 토요애유통(주)의 미나리 담당 직원이 불쑥 하우스를 방문했다. 토요애유통(주)은 의령군과 농협이 공동 출자한 농산물 유통회사로, 의령군의 청정 농특산물을 알리고 공급하는 일을 한다.

포장재 등을 논의하기 위해 들렀던 토요애유통 박종철 주임은 "이곳 20여 미나리 농가가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아 좋은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어 납품처에서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자굴산 밭미나리는 나물용보다 생채용으로 더 선호한다. 부드러운 줄기와 잎이 쌈 등으로 먹기에 일품인데, 의외로 섬유질이 많아 오래 삶으면 질겨진다고 한다.

'의령 자굴산 밭미나리 작목회'는 이 지역 농민들이 미나리 농사를 시작하면서 결성됐다. 현재는 22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전체 재배 면적은 8㏊가량. 친환경 중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정 총무는 자굴산 밭미나리 농가 전체 모임이 잘 돼 있어 물량이나 품질 관리가 잘 되는 점이 경쟁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특히, 작목회의 '강력한 정관'이 의령 밭미나리의 품질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체 농약 검사를 해서 2회 적발되면 출하정지를 시킵니다. 출하 후 적발되면 작목회에서 영원히 제명합니다. 요즘은 그런 사례가 없지만, 초창기에는 있었습니다. 작은 구멍이라도 뚫리지 않도록 계속 규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수확 후 다음날 출하를 위해 창고에 보관한다. 작목회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검사원들이 매일 저녁 모여 전체 작업 미나리를 살펴 미비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한다.

"작목회 전체 수확량은 연간 15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3분의 1 이상이 인건비, 또 3분의 1이 관리비 등으로 나가므로 실제 남는 건 얼마 없어요. 예전에는 가격도 좋고 병도 덜했는데, 연작 장애로 병도 생기네요. 친환경 약제는 잘 듣지도 않으면서 비쌉니다. 답답하니까 영양제나 약제를 쓰는 거죠."

지난 10월쯤, 미나리가 형편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자 물량 조절을 위해 작목회 회원들은 미나리를 자체 폐기했다. 미나리를 그대로 끊어 내 버린 것이다. 그 후 관리를 잘한 곳은 괜찮지만, 그대로 방치한 곳은 병이 생기거나 품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보통 4~5월은 물량은 많이 쏟아지는 데 소비가 없어 3분의 2까지도 폐기처분한 적이 있습니다. 하우스 3동 중 1개 동만 겨우 출하하기도 했죠. 12월 중순에서 2월까지 소비가 많습니다. 이때는 노지 미나리가 없으니까 이곳 밭미나리가 많이 팔립니다."

정 총무는 5000㎡(1500평) 5개 동의 하우스에서 연간 300상자(4㎏ 기준)가량을 수확한다.

"미나리는 전부 물에서 자란다고 생각하고 밭에서 자라는 것을 안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 직접 보면 놀라죠. 흙에서 키우는 밭미나리는 물에 잠기게 해서 키우는 것보다 더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물미나리는 겨울에는 잘 크지 않아 겨울에는 미나리가 귀합니다."

지금이야 여러 판로를 개척했지만, 처음 7~8년간은 고생도 많이 했다.

"판로가 없는데다 기술이 모자라 미나리가 잘 자라지도 않아 많이 포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지역에 미나리 농가가 40여 농가가 넘었죠. 초기 판로 개척에 대구지역 상인들이 많이 도움됐습니다. 처음 다른 미나리와 차별화되는 것을 보고 주문해 버스로 몇 상자씩 보내주곤 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서울에도 보내고 경매장에도 내놓게 된 거죠."

이렇게 의령 자굴산 밭미나리는 농민들의 꼼꼼한 손길과 작목회의 날카로운 눈길, 강력한 규정을 모두 통과하고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자굴산 청정수로 키운 의령 밭미나리는 토요애(www.toyoae.com, 055-574-1156)나 의령농협 가례지점(055-573-3005)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추천이유>

△신경철 의령군농업기술센터 경제작물담당 = 미맥 위주의 농업에서 새로운 농가소득원 개발을 위해 20여 명 회원으로 작목회를 조직해 기술도입, 농업생산성,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공동구매, 공동판매, 유통개선과 친환경 농업을 실천해 소비자 기호에 맞는 시설 밭미나리를 생산, 농가 소득증대와 복지 향상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굴산청정밭미나리는 작목회를 통해 재배 상 문제점 및 애로를 사전에 파악,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공동으로 대처해 지속적으로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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