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만 해도 우리 지역에는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었다. 오늘날 지역을 대표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창원시립예술단 또한 갓 창단되어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였다.

당시에는 (구)창원지역은 KBS홀, 마산 지역은 MBC홀 또는 창신대 강당에서 대부분의 연주와 공연이 개최되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의 활동은 아주 활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연을 전문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지난 2000년 창원 성산아트홀, 뒤를 이어 인근 김해와 마산에 문화의전당과 3·15아트센터가 잇달아 개관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2년 창원시립예술단이 도내 최초로 상임화되면서 더욱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무대를 보여 줄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렇게 10여 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예술 기반을 만들다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많았다. 초창기에는 관객 동원에 어려움이 컸는데, 조금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합창단 단원이 참석해주고, 또 합창단 연주회에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자리를 메워주었다.

서로가 서로의 무대를 챙겨주는 것은 일반 예술단체, 예술가 개인도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오늘날보다는 음악을 전공하는 젊은 음악인부터 중견 원로 선생님까지 서로 자주 만나고, 예술에 관한 대화와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오갔던 때였다.

그러나 최근엔 공연이 많아지고 환경이 좋아지다 보니 점점 이런 모습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전문적인 연주회가 많아지면서 발걸음도 세분화되고 만나는 이들도 한정이 된다. 음악 전공 학생들이 음악회장을 찾지 않는 현상도 두드러지는 듯하다. 자기 전공과 관계있는 공연이 아니면 잘 나타나지 않는 학생이나 음악인이 많아진 것이다.

사실 서울이나 대구 같은 지역에서는 음악인, 예술인들이 음악회장을 찾지 않는 문제가 고민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관련 과제를 내주기도 하고 여러 방법들을 써보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

자신의 무대가 소중하지 않은 예술가가 어디 있겠는가? 자신의 무대를 인정받고 싶지 않은 예술가가 어디 있겠는가? 아마 내 마음이 그렇다면 다른 이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라 그래서인지 연주회도 참 많다. 많은 예술단체와 개인 연주자들이 공연 홍보와 관객 동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마음이야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권하기 전에, 1차적으로 음악인들 스스로 올 한 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음악회장에 가본 적이 있었나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예술인들과 학생들이 자신만의 무대가 아닌 여러 공연과 음악회에서 자주 만나 예술적 경험을 함께 나누게 되기를 기대한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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