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왜 노년층이 박근혜 지지하는 지 이해 못해…박근혜, '생생한 젊음' 상징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대선 TV토론 '활약상'(?)이 화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붓자 야권 지지층은 환호했다. 하지만 걱정이 흘러나온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지지층이 더욱 결집할 가능성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다. 소위 '종북' 문제의 이슈화, 신뢰 잃은 정치인의 자기성찰 없는 오만한 자신감 등등. 그러나 더 결정적인 건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이정희의 나이 43세, 박근혜는 60세. 누가 봐도 '똑똑하고 잘난' 386세대가 노년층에 "준비를 잘해와야죠" 면박을 주는 모양새다.

박근혜 주요 지지층인 그들은 자신이 일상에서 겪는 멸시와 박대가 겹쳤을 수 있다. 물론 박근혜는 노년 이전에 권력자이지만, 이정희 역시 그들에겐 '젊은 권력자'일 테니까.

박근혜 후보는 노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1일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 거리 유세에 모인 지지자들. /김구연 기자

때마침 〈프레시안〉에는 노년층의 박근혜 지지 배경을 분석한 '노인을 위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복수'란 칼럼이 실렸다. '모 피디'란 필자는 이 글에서 "지금은 아무도 늙음을 칭송하지 않는다. 세상은 강박적으로 젊음의 이미지를 전시하고 칭송하며 늙음의 존재 자체를 감춰버린다"며 "그러나 젊음에 머무르고 싶은 욕망이 어디 젊음만의 것이랴. 박근혜가 무엇을 주장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박근혜는 어쩌면 그들에게 남아 있는 생을 누리라는 표상이며 생생했던 젊음에 상징적으로나마 머무를 수 있다는 기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차별은 매우 일상적이고 집요하다. TV·광고는 온통 젊은층을 위한 것뿐이고, 도시 중심가는 그들만의 시설들로 꾸며진다. '세대교체'는 언제나 바람직한 것으로 묘사되며, 정당, 특히 야권의 정치는 SNS, 모바일,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4월 총선 때 민주통합당의 한 핵심 지도인사는 실시간으로 트위터에서 '여론'을 읽었고 이를 근거로 중요한 결정을 했다고 한다. 자기 당 총선 후보의 '노친네 비하' 발언 파문이 터졌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건 자연스런 결과였다. "쫄지마! 씨바!"

언론을 비롯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도 그렇다. 노년층이 혼자 살면 '독거 노인'인데 젊은층은 '자립', '독립', '1인 거주'가 된다. '노인 매춘'이란 말은 있지만 '중년 매춘', '청년 매춘'이란 말은 없다. '중년 여성'은 있지만 '노년 여성'은 없다. '여성 노인'이다. 전자는 '여성'을, 후자는 '노인'을 더 강조한 어법이다.

정진웅 덕성여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저서 〈노년의 문화인류학〉에서 '노인'이라는 지칭이 부정적인 어감으로 채색되는 배경엔 우리 사회의 연령(차별)주의적, 성차별주의적, 신분주의적 편견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 노인'에서 보듯 노년은 '여성성' '남성성' 따위는 없는 그저 늙은 존재일 따름이다. '노인 지식인' '노인 사장'이 어색한 건 '노인'은 뭔가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엔 부족한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노년층이 '노인'이란 용어를 싫어하는 건 당연하다.

이번 대선에서 만약 박근혜가 승리한다면 또다시 노년층에 대한 불만이 쏟아질 것이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과반을 안겨준 지역민들에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들이 '대체 왜' 박근혜를 지지하는지 고민하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꼴통 노친네들'이란 속마음을 거두지 않는다면, 늘 결과는 같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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