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선거 여야 후보 똑같이 '정략적'…불확실한 미래, 진보정치 올인 적절한가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최대 쟁점은 '행정체제 개편'이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당 내 경선 때부터 '도청 이전' 공약을 이슈화하자 야권의 무소속 권영길 후보는 '통합창원시 재분리'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두 후보의 주장에 가슴 설레는 이가 적지 않겠다. 통합 전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거나 도청 이전 등으로 혜택을 볼 주민들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두 후보의 공약은 현실 가능성과 파장 등을 제대로 고려치 않은 정략적 이슈 제기에 다름 아니다. 도청 이전, 마·창·진 재분리 모두 해당 지역 주민과 지자체 동의 절차, 막대한 비용 문제 등 여러 면에서 실행이 녹록지 않다. 특히 재분리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까지 필요하다.

사실 "둘 다 똑같이 정략적"이라 했을 때 훨씬 더 기분이 나쁜 쪽은 아마 권영길 후보일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몰락 위기에 놓인 진보정치세력의 재결집과 새로운 시작을 위해 출마했다. 그런데 홍준표라는 보수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니?

예의 권 후보는 임무를 의식한 듯 재분리 공약에 진보적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주민들의 뜻"임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경남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실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중부권(창원·함안) 유권자의 61.5%가 재분리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5.6%에 불과했다.

물론 주민들의 의사가 곧바로 진보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진보 진영이 그간 치열하게 싸워온 4대강 사업이나 한미 FTA는 국민들의 찬반이 팽팽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4대강 복원, 한미 FTA 폐기 같은 주장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생태계 파괴, 경제주권 상실, 서민 생존권 악화 등 예상되는 폐해와 부작용이 너무나도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갈등이 증폭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국민들이 진정한 주권의 실현자로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게 진보정치의 역할이다.

그럼 마·창·진 재분리는 어떨까. 권영길 후보는 행정통합으로 주민의 삶이 악화됐다는 논리를 편다. 그럼 재분리가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재분리 후 마산은 민주주의 전당으로, 진해는 해양관광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그럼 통합 체제 하에서 이런 발전 로드맵이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통합이냐 재분리냐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대다수 주민이 원하는 건 무엇이 됐든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의 방향 제시가 아닐까. 여전히 답보 상태인 신청사 위치 논란 등을 보면 통합은 분명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되돌리려면 또다시 엄청난 대립과 혼란을 겪어야만 한다. 통합하는 데 2년 가까이 걸렸으니, 또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허비'될 것이다. 더욱 갑갑한 건 그래도 현실화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조건에서 주민들을 다시금 비생산적인 갈등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어야 하는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모처럼 모아진 진보정치의 에너지를 별 근거도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 몽땅 쏟아 부어야 하는가.

   

마창대교·김해 경전철·KAI 민영화·대형마트 등으로 상징되는 거대 자본의 횡포와 밀양 송전탑 문제가 촉발한 에너지 전환, 지방분권의 과제, 그리고 혹세무민의 보수정치를 뛰어넘는 진보정치의 혁신. 재분리보다 진보가 더 집중하고, 더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야 할 이슈가 산더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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