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47) 을숙도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갑작스레 찾아온 겨울에 당황하게 된다. 놀러다니기 좋은 계절이 다 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문득 추운 계절을 찾아온 철새들을 찾아 떠나고 싶어졌다. 철새 중에도 떠돌이 새, 나그네 새가 있다 하니 교감이라도 나눠볼까.

언젠가부터 도시에선 참새조차 보기 어려워졌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법하다. 한때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던 을숙도에 자리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남로 1240, 051-209-2000).

을숙도는 낙동강의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강 속의 섬이다. 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의 을숙도, 사람보다 철새가 먼저 알아본 곳 을숙도.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갈대밭의 절반이 훼손되어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로서 명성은 사라졌지만 아직 50여 종, 10만 마리 철새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특히 한때 쓰레기 매립지이자 파밭으로 채워졌던 을숙도 하단은 지난 2005년 5년 간의 복원공사를 통해 을숙도 철새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갈대밭 접근은 배를 타야 가능하지만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섬의 생태와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을숙도에 다다를수록 스산하면서도 자연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한껏 느껴진다.

을숙도 철새공원 내 자리한 에코센터 인근에는 "철새들이 놀라요. 소리지르면 안 돼요. 너구리가 살고 있어요. 들어오지 마세요" 등 인간들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았을 동물들을 배려해 달라는 푯말이 곳곳에 눈에 띈다. 본디 자연은 동물들 것이 아니었던가.

평소보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주차를 하고 에코센터로 향했다. 주차장은 에코센터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이 정도 번거로움이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생태주차장에서 센터로 향하는 길은 잘 닦인 산책로다. 맘껏 뛰어다니는 아이를 먼발치서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솟대와 이런저런 자연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새둥지 모양으로 설계된 에코센터 외형이 눈에 들어온다. 외벽은 국내 최초의 탄화처리 판재를 이용했단다. 전시실 안은 한국산 육송을 바닥과 벽, 천장에 깔아 숲 속을 거니는 느낌을 표현했다.

   

차디찬 바람을 피해 재빨리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본격적인 관람은 2층에서 시작된다. 한 벽면을 시원하게 채운 전면 유리창으로 을숙도를 찾은 철새들과 갈대밭을 조망할 수 있다. 새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앞에서 아이는 걸음을 멈춘다. 좀 더 쉽게 새들을 보고 싶다면 중앙홀 모니터를 이용하면 된다. CCTV 카메라가 습지를 비추고 있어 간단한 조작으로 가까이 또 멀리 볼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 올망졸망 철새들이 자맥질과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제법 먼 거리다. 그 뒤로 을숙도 대교와 아미산이 배경을 이룬다.

유리엔 버드세이버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새들이 충돌하는 것을 막으려고 맹금류 스티커로 유리창을 꾸민 것이다. 인상적이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자연이 펄떡인다. 한 폭의 그림이다. 탐조전망대와 함께 마련된 미니도서관에서는 철새 등 각종 정보를 여유롭게 앉아 찾아볼 수 있다. 전시실의 다양한 정보가 스크린 터치로 작동돼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낙동강 발원지부터 습지 식물, 낙동강 하구의 형성 과정과 철새들의 이동 경로 등이 친절히 설명돼 있다. 이와 함께 그림판 맞추기, 조류깃털 비교하기, 오리피리 불어보기, 스탬프 찍어보기 등 상설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에코센터를 나와 오른쪽으로 나있는 데크로드로 향하면 갈대와 습지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법 바람은 차지만 강렬한 햇살에 반짝이는 황금빛 물결의 갈대를 보니 절로 걸음이 옮겨진다. 가을의 그것과는 다른, "쓰 - 쏴아, 쓰 - 쏴아" 바람에 흔들리는 풍성해진 갈대를 보고 있자니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기분이 묘해진다.

에코센터 인근에는 을숙도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린다. 또 주변에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잔디광장, 간이 축구장 등 체육시설이 있어 주말에 찾는다면 볼거리가 없다는 불평은 못할 듯하다.

관람료는 무료.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습지와 철새 보호를 위해 야간에는 공원출입을 금한다. 주차요금은 10분마다 100원.(일주차 2400원)

   

◇을숙도 철새공원 =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 지정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의 일부인 을숙도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철새를 보호하고 습지를 비롯한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3개의 지구(교육·이용지구, 완충지구, 핵심보전지구)로 나누어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