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 공유하고파 부채 600여 점 수집"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에는 자굴산치유수목원(목도수목원)이 있고, 그 안에 일준부채박물관도 있다. 부채 전문 박물관은 전국에서 이곳뿐이다.

이 박물관은 한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서 조경업을 하는 이일원(68) 관장이다.

"제가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나이 한 살씩 먹다 보니, 혼자 보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액자에 넣어 몇 점 모으면 집에 걸어둘 데가 더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니 부채가 떠올랐습니다. 화가들이 부채에 그림을 많이 그리니까요. 부채는 접어 두었다가, 그림 보고 싶을 때 펴서 볼 수 있으니, 관리하기 편하겠다 싶었습니다."

이일원 관장./박민국 기자

그렇게 25년 동안 전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하나씩 모은 것이 600여 점에 이른다. 돈으로 따지면 40억 원이 훌쩍 넘는다.

"구매 당시 서울 압구정동 30평짜리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 것도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돈 주고 산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집에 부채가 있다 하면, 그날 하루 저녁 술 한잔 먹으며 먼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죠. 그리고 대화가 좀 무르익으면 그제야 사정해서 사고 그랬죠."

그렇게 7년 전 이곳에 부채박물관과 수목원을 개장했다. 사실 이일원 관장은 의령에 별다른 연고도 없는 부산 사람이다.

"예전에 돈을 좀 꿔준 일이 있는데, 그 대신 여기 땅을 받은 거지요. 한동안 놔 두다, 부산에서 수목원을 만들어 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뭔 제약이 그리 많은지…. 그래서 여기 땅을 가꿔서 문 열게 됐지요."

6만 6000㎡(약 2만 평) 수목원에는 나무 1400여 그루가 있다. 수목원 안에 있는 박물관까지 포함해 개인 돈 140억 원이 들어갔고, 지금도 매달 2000만 원 정도 나간다.

이 관장은 수목원을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업해서 번 돈으로 빌딩 사서 지내면 편하겠지요. 하지만 나이 일흔 다 돼서 그럴 필요 있습니까? 갈 때는 다 버리고 가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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