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48구간 장터목∼천왕봉(접속구간 포함 12.4㎞)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자연사랑, 기업사랑, 나라사랑' 의지를 담아 지난 2008년 4월 19일 설악산 진부령에서 출발한 S&T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하 종주팀)의 'S&T 도전! 백두대간 대장정'이 4년 8개월 만에 마침내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1915m) 정상에 우뚝 섰다.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혹한의 추위와 탈진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던 삼복더위도 모두 이겨냈다. 뚜벅뚜벅 꾀부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걸음이 2000리 길을 넘어 850.49㎞(대간 738.72㎞·접속 구간 111.77㎞)를 완주했다.

S&T 백두대간 종주팀이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 바로 아래 '신선도 이 문을 통하지 않고서는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는 속설을 지닌 통천문 입구를 걷고 있다. /박일호 기자

종주팀의 백두대간 대장정 마지막 산행은 지난 1일 천왕봉 아래 중산리에서 시작됐다. 이번 48차 산행은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1.7㎞ 대간 구간이지만 중산리~장터목 대피소 5.3㎞, 천왕봉~중산리 5.4㎞ 등 모두 10.7㎞의 접속구간을 오르내려야 한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한 종주팀은 칼바위를 지나 장터목 대피소로 방향을 잡았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철계단과 돌계단의 연속이다. 1시간 30분 남짓 오르자 유암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여름 태풍으로 폭포 옆이 무너져 다소 을씨년스러웠지만 힘찬 물줄기는 여전했다.

평지가 거의 없는 가파른 오르막 연속이었다. 여기에다 눈까지 덮인 돌계단은 종주팀을 긴장하게 했다. 한참을 올랐는데도 좀처럼 거리가 줄지 않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가파른 급경사 너덜지대를 앞둔 병기막터교에 오르자 추위에 꽁꽁 언 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장터목 대피소(1650m)까지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코를 땅에 박고 올라야 한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아래로 흐르는 작은 개울의 물소리가 종주팀의 힘든 발걸음에 힘을 보탠다. 4시간 남짓 걸려 마침내 대간 주능선인 장터목 대피소에 올랐다.

잠시 휴식을 취한 종주팀은 대간 마루금이 이어지는 동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1.7㎞로 1시간 남짓 걸린다. 종주팀은 고사목으로 유명한 제석봉 전망대에 올랐다. 제석봉(1806m)은 천왕봉과 중봉에 이어 지리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원래 봉우리는 식생 보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돼 있다. 하늘이 도운 덕분에 멀리 남해와 하동 금오산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하늘이 눈부시게 맑았다. 천왕봉 정상도 오롯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반야봉을 비롯해 지리산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문 앞에 펼쳐졌다. 제석봉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철계단을 따라 내려섰다 다시 오르자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천왕봉을 오르는 마지막 관문인 통천문은 '신선도 이 문을 통하지 않고는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곳이지만 철계단을 통해 바위 속을 오르는 것 말고는 특별함이 속설만큼 크지는 않았다.

통천문을 거쳐 가파른 철계단 끝에 남한에서 한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위로 이루어진 천왕봉은 항상 구름에 싸여 있을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아 예로부터 3대가 덕을 쌓아야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곳이다. 천왕봉 일출을 우리나라 명산 일출 가운데 최고로 꼽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궂은 날씨에는 잠시 머무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심한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따스한 햇볕으로 종주팀을 따스하게 반겼다. 박재석 종주팀장과 박광호 산행대장은 지난 4년 8개월간의 긴 여정을 회상하면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정상 표지석을 품에 안고 입맞춤도 했다.

해발 1915m 천왕봉 정상에 도착한 박재석(오른쪽) 종주팀장과 박광호 산행대장이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백두대간 완주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박일호 기자

'한국인(韓國人)의 기상(氣像) 여기서 발원(發源)되다'는 문구가 새겨진 정상 표지석 아래에 모인 종주팀은 백두대간 2000리 길을 무사히 완주하게 도와준 산신에게 감사의 제를 올리며 S&T의 염원을 심었다. 4년 8개월간의 대장정은 3469명(중복 포함)의 땀과 열정, '할 수 있다(We can do it)'는 도전정신의 산물이었다. 종주팀은 천왕봉 식생 복원을 위해 가져온 흙을 정상 주변에 뿌리는 것으로 대간 마지막 산행을 장식했다.

박재석 종주팀장은 "백두대간 대장정의 담대한 도전을 통해 얻은 교훈은 앞으로 더 큰 도전을 성취해 가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며 "숱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2000리 길 대간 산행을 함께 한 모든 임직원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끝〉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에서 출발해 고사목 지대로 유명한 제석봉 구간을 오르는 S&T 백두대간 종주팀.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S&T 백두대간 종주팀 박재석 종주팀장이 천왕봉 정상에 도착한 후 백두대간 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산신에게 제를 올리면서 축문을 낭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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