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세기 고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세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세계 최초의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으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양피지에 손으로 쓴 장서가 무려 70만 권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은 근대로까지 이어져 도서관의 규모는 한 국가나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장서량을 경쟁적으로 늘렸으며 도서관 건설에는 당대의 최신 건축기술이 집약되었다. 지금도 서구의 많은 도시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도서관을 꼽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지식의 습득이 보편화된 현대에 와서 좋은 도서관의 기준은 무엇일까? 우선 시민 누구나 쉽게 찾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출입과 퇴실에 아무런 제재가 없어야 한다. 도서관에 가는 것 자체가 즐겁고,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다양한 공간 배치와 연출도 필요하다. 학습실과 열람실을 엄격히 구분하고, 수험 공부보다는 정보 수집과 지식 축적의 장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책이 많아야 한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시민의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후쿠오카시립종합도서관 전경. /박상현

인구 140만인 일본 후쿠오카시에는 모두 12개의 시립도서관이 있고 그 중심에 후쿠오카시종합도서관이 있다. 요즘 매일같이 이 도서관을 다니며 도서관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입지부터 매우 상징적이다. 후쿠오카시는 1989년 모모치해변 지역을 해양복합주거단지로 개발하면서, 가장 먼저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높이 234m의 후쿠오카타워를 세웠다. 그리고 그 좌우에 각각 시립 도서관과 박물관을 배치했다.

지하철역과 1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평지라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용객도 많다. 시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관광객조차 출입과 이용이 자유롭다.

완전 개방형으로 배치된 서고는 층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고 항상 쾌적하다. 출판 강국답게 장서의 규모 역시 만만찮다. 지역의 역사 기록물이 보관된 향토자료실과 아시아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도시답게 외국서적 또한 충실하다. 한국 서가에는 수천 권의 단행본과 자료집 그리고 신문·주간지·월간지 등이 비치되어 있다.

다양한 열람석과 공간의 배치 또한 인상적이다. 개방형 테이블과 칸막이가 있는 폐쇄형 테이블은 물론이고, 벤치나 소파 형태로 된 열람석까지 배치되어 있다. 심지어는 다다미가 깔린 열람실도 있고 기차역의 대합실처럼 꾸며진 열람실도 있다. 아동도서가 있는 서가에서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마음껏 뒹굴며 책을 볼 수 있다.

이러니 도서관은 항상 시민들로 북적인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이용자라기보다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즐길 줄 아는 시민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남의 나라 남의 도시를 여행하며 어지간해서는 부러움을 느끼지 않지만, 솔직히 후쿠오카도서관만큼은 탐이 난다.

대통령 선거와 경남도지사 선거가 어느덧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혹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도서관에 관한 공약을 구체적으로 밝힌 후보가 누군지, 혹은 경남에 이런 멋진 도서관을 세울 만한 자질과 철학을 가진 후보가 누군지 꼼꼼히 한번 살펴보는 것, 이 또한 꽤 훌륭한 유권자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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