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에서 가장 힘든 난관은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통과하는 것. 밤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방콕에서 라오스 국경 인접지역인 농카이로 가는 버스는 밤새 달려 오전 7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버스가 도착했을 때 여기저기서 버스를 향해 달려오는 이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순간 이 사람들은 툭툭(태국의 전통 교통수단)이나 택시 기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장난삼아 손을 힘껏 흔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이 사람들은 또 기다렸다는 듯 내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달려든다.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어리둥절해 있는 친구의 손을 이끌고 재빨리 그 무리 속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유달리 끝까지 따라오는 이가 있었다. 혹시나 해서 툭툭 가격을 물어보니 태국 국경까지 가는데 1인당 50바트(한화로 약 1700원)라고 했다. 난 버스 시간과 가격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버스 체크 하고 오겠다 하고 그를 떼어 놓으려 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그는 우리를 친절하게 버스 창구로 안내해줄 뿐만 아니라, 버스 가격은 40바트이며 태국 국경과 라오스 국경을 넘어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직행하는 버스라고 알려주기까지 했다. 여행지에서 속은 일이 많아, 모두 다 똑같을 거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의 정직함에 감사해 툭툭을 타고 싶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통관 절차까지 밟아주는 버스 서비스의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웠다. 결국 버스표를 끊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자 인근 전통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작을 줄만 알았던 시장이 뜻밖에 규모도 크고 없는 게 없었다. 불과 몇 시간 뒤엔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싸다는 라오스로 이동할 것이기에 한국에서 잊고 챙기지 못한 샌들을 샀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가벼워진 발걸음을 이끌고 가벼워진 뱃속을 채우러 사람들이 가장 북적이는 국숫집을 찾아 한 그릇씩을 먹었다.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가니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왔나 싶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비행기로 이동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차 안에 가득했다. 그래도 인도처럼 버스에 양을 태우는 사람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태국 국경에서는 친구가 내가 보는 앞에서 더 필요 없는 것 아니냐며 태국을 나갈 때 필요한 출입국 신고서를 반으로 찢어버리기도 했다. 매우 당황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친절한 버스 안내원의 도움으로 새로 작성했다.

버스는 '우정의 다리'라는 태국과 라오스 국경 사이를 잇는 다리를 건너 라오스 국경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통관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국경에 있는 환전소에서 돈을 환전하느라 또 한 번 지체가 됐다. 어찌 됐든 버스는 통관을 잘 마치고 우리를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으로 데려다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거의 만 하루를 소요해서 태국에서 라오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왜 편안한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나는 시간이 들더라도 현지인들이 주로 다니는 수단과 길을 선호한다. 저렴하기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 또한 내 여행 일부이기에.

/김신형(김해시 장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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