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대선후보 3인 문화예술 공약 '가상TV 토론'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영역별 공약을 발표한 후 지역을 돌며 유세에 한창이다. 후보들은 무수히 많은 공약을 발표했지만, 유권자들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약 발표가 산발적으로 이뤄진데다, 언론보도 역시 이를 자세히 전달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공약을 알기는 더욱 어렵다.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과 비중이 적을뿐더러 표심을 흔들 만한 파급력 또한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각 후보 진영 문화예술 공약을 바탕삼아 TV 토론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사회자(이하 사) : 지금부터 제18대 대선 TV 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문화예술 부문 공약입니다. 먼저 각 후보들 기조 연설을 들은 후에 사회자가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연설 순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시작으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순으로 하겠습니다. 먼저 박근혜 후보.

박근혜(이하 박) : 우리는 흔히 현대 사회를 융합의 시대라고 합니다. 사회 전반이 함께 섞이고 뭉쳐 새로운 시너지를 만드는 시대를 말합니다. 이 중심에는 문화예술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문화예술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기간 산업도 문화에서 나오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조 한국을 만들 힘도 문화예술에서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많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OECD 각국 정부 예산에서 문화 재정 비중이 평균 1.9% 내외인 데 반해 우리는 1.14%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에서 문화재정 2% 달성을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이 된다면 향후 5년 내 문화재정 2% 달성을 목표로 매년 17%씩 문화 재정을 늘려나갈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습니다. 문화는 전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에 규정된 문화적 권리 보장, 누구나 원하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기본법'을 제정할 의사도 있습니다.

   

문재인(이하 문) : 저는 21세기는 문화가 행복이고, 문화가 경제이며, 문화가 국력인 시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문화예술 창조 기반 붕괴, 저소득층, 노인, 군 또는 읍·면·동 지역 문화소외 현상이 심각합니다. 그래서 저 문재인은 '창조적 문화강국 실현을 위한 10대 문화전략'을 통해 문화의 창조적 역동성을 살려내겠습니다.

여기에는 △모든 국민이 문화로 행복한 '보편적 문화생활 시대' 개막 △모든 국민이 '창의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 △문화예술인이 정치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 마음껏 창의력을 펼칠 기회 제공 △창조산업을 '사람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지역 창조도시 발전 역량 강화 위한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문화를 통해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 추진 △문화예산 정부예산대비 2%로 확대, '문화기본법' 제정 등이 있습니다.

이정희(이하 이) : 극작가 최고은, 가수 이진원을 기억하시나요. 이 두 사람은 어려운 생활형편 속에서 고난의 창작 활동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입니다. 작품이 나올 때까지 이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을 한국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몰랐습니다. 저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 다섯 가지를 제안합니다.

△예술인 진보·민주주의·민족주의 문화예술 창작 지원 △예술인재단 지원 확대 및 예술인복지재단 설립 △폐교활용 창작공간 제공 △공교육 풍물·민요·판소리 등 민족예술교육 강화 △분단지역 문화재 발굴 및 공동문화예술 남북 데이터베이스 구축 그리고 약탈 문화재 환수 등이 그것입니다.

: 네, 세 분 의견 잘 들었습니다.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정책 공약들이 나왔는데요. 박 후보와 문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것으로는 '문화재정 2% 확대 및 문화기본법 제정'이 있네요. 반면에 이정희 후보는 민족예술 중흥과 교육활성화 문화 복지 실현 등이 주요 공약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공약이 단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부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공약이 재정적·정책적 지원책을 약속한 것이라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은 높은 공약으로 보입니다. 다른 후보들은 다양한 공약들을 내세웠는데, 언급이 구체적이지 않아 선언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좀 해 주실까요. 문재인 후보부터.

: 네, 먼저 '보편적 문화생활 시대'를 위해 전국 읍·면·동 지역마다 '복합커뮤니티문화센터'를 조성할 것입니다. 또한 문화격차지수를 개발해 이 수치가 낮은 핵심소외지역에 대해 문화를 우선 지원할 방침입니다.

모든 국민이 창의 인재로 거듭나는 방편으로는 젊은 문화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문화기획(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문화힐링 프로그램'을 확대·도입해 학교폭력, 우울증, 게임중독 등 경쟁사회 부작용을 치유할 생각입니다. 문화예술인 복지 차원에서 독립·프리랜서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문화엔젤펀드'를 활성화해 대기업 수익 일부를 창작자와 소기업에 지원토록 할 방침입니다.

: 말씀을 들어보면 개인적으로 '복합커뮤니티문화센터'가 각 지역에 산재한 '문화예술회관'과 목적과 기능 면에서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그리고 '문화엔젤펀드'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중인 '메세나 운동'과는 어떻게 다른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더불어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은 이미 관련 법안이 두 개나 국회에 계류 중인데, 새로운 정부안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이미 차려진 밥상에 공약 숟가락을 올린 것인지 애매모호합니다. 다음 이정희 후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예술인 복지' 차원에서는 1930년대 미국 문화뉴딜 정책을 모델로 삼으려 합니다. 이와 함께 예술인재단 지원 확대와 함께 산재·고용보험을 넘어 4대보험 보장을 기본으로 할 것입니다. 문화예술인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산별노조화도 추진하고요. 남북 문화재 DB 구축은 한창 진행되다 만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고요. 이를 바탕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약탈 문화재 환수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상호 토론 시간은 세 후보간 공약의 차별성이 크지 않고, 내용이 평이해 토론이 이뤄질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생략합니다.

정견발표 수준이지만, 문화예술인이든, 문화수요자든 유권자 여러분은 이들 후보가 내세운 문화예술 공약을 잘 살펴보십시오. 앞으로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꼭 필요한 공약이 무엇이고, 이를 잘 실현한 후보가 누구인지 잘 판단해서 올바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이만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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