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46) 불빛축제-밀양 참샘허브나라

'겨울의 밤은 여름의 밤보다 아름답다.'

밤이 길어졌다. 어스름 해가 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주위가 깜깜하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면 도심의 네온사인은 공허하게 반짝이고 낮과는 '따로 똑같이' 흔들린다.

어스름 해가 질 무렵 발길이 향한 곳은 밀양시 초동면 꽃새미전통테마마을 입구에 자리를 잡은 참샘허브나라(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155번지, 055-391-3825).

그곳은 올겨울, 해가 지기 시작하면 한편의 동화 세상으로 변한다. 셀 수 없이 많은 LED 등불이 1만 8000㎡의 참샘허브나라에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며 '불빛축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

   

밀양에 도착할 즈음이 되니 이내 어둠이 감싼다. 자동차 불빛에 기대어 꽃새미 마을로 들어섰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울퉁불퉁 흙길로 들어서자 곧 별천지가 펼쳐졌다. 휘영청 달 아래로 반짝반짝 빛나는 오색 불빛들이 목적지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인데 내달 초까지는 할인 이벤트(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가 진행 중이다.

어른 키를 훌쩍 넘고 아이와 함께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고 화려한 하트 다리를 건너고 불빛 터널을 지나고, 크리스마스트리와 별똥별 조명 등 제법 바람이 매서운데도 추위를 잊을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어둠과 대비되는 총천연의 불빛은 더욱 선명하다.

허브 나라 전체를 수놓은 각양각색의 불빛들이 로즈메리와 천리향, 파인애플, 세이지 등 다양한 종류의 허브 향기에 취할 수 있는 것도 도심과는 다른 맛이다.

바람은 차지만 청량하다. 어둠도, 추위도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곳곳에 놓인 그네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불빛 터널을 통과하며 함성을 지른다. 불빛 아래로 허브들을 이리저리 흔들어 향기를 맡아보는 것도 아이들에겐 마냥 신기한가 보다. 영롱한 불빛들과 뺨을 볼그레하게 만드는 공기에 '힐링'이 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산타할아버지, 루돌프 사슴 등 조형물이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자아내고, 캐릭터들에 둘러싸여 있자니 동화 속 한가운데 놓인 듯 마음에 여유가 찾아온다.

야생화가든, 기찻길, 허브가든, 108 돌탑길, 참샘쉼터, 원두막 등 길을 따라 불빛들을 감상하다 제법 한기가 느껴질 때쯤 허브온실 앞에 다다랐다. 허브온실 안은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은은한 허브 향기도 추위를 달래준다. 라벤더·로즈메리 등 허브 수백 종이 전시돼 있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늦가을과 함께 시작된 불빛 축제가 열리기 전에도 참샘허브나라에는 각종 허브식물과 야생화 등 꽃들과 이색 볼거리로 어우러진 계절을 만끽할 수 있다. 꽃새미 마을과 참샘허브나라는 평생 농부로 살아온 손정태(53) 대표와 꽃새미마을 주민이 함께 꾸민 곳이다. 덕분에 2005년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됐으며, '참 살기 좋은 마을 전국 대상'을 받기도 했다.

불빛축제 기간에는 단감과 옥수수 따기에다 고구마 캐기 등은 기본이고 허브, 된장, 장아찌, 막걸리, 손두부 등 전통 먹을거리를 활용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참샘나라 안에 황토 펜션도 있어 1박 2일 정도의 계획을 잡고 떠난다면 더 여유롭게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축제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연말, 화려한 도심의 그것과 다른 밤을 느끼고 싶다면 목도리와 장갑, 두꺼운 옷을 준비해 밀양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찾아가는 길>

◇자가용 △진주·마산·창원 방면 = 동창원IC→진영→창원대산→밀양수산→초동면 신월삼거리→참샘허브나라(진주 1시간 30분, 마산·창원 1시간 소요).

◇대중교통 △밀양농촌버스 이용 = 밀양터미널에서 초동행 농촌버스(8시30분, 12시 10분, 오후 6시 10분) 승차, 무안 지나 봉황리 와지마을에서 하차 후 걸어서 20분. △시외버스 이용(밀양터미널에서 20km) = 마산·창원 방면에서는 수산에서 하차 후 봉황(방동)가는 시간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기차 이용 = 밀양역 → 걸어서 가곡동 버스정류장 → 수산에서 내려 봉황(방동)가는 시간버스 이용. △시간버스 이용(수산→봉황 10km) = 버스 시간 9시 50분, 오후 2시 30분(3·8일 장날), 오후 5시 25분.

<인근 먹을거리>

허브 나라 안에 자리한 참샘향기 레스토랑은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가 마련돼 있다. 불빛축제 감상 덕에 조금 늦어진 저녁식사다. 간단하게 참샘된장정식과 허브새싹 비빔밥을 주문했다.

방바닥이 뜨끈뜨끈하다. 안에서도 바깥 불빛들을 감상할 수 있다. 쌉싸름한 새싹과 향긋한 허브 향이 고추장과 어울리니 그 맛이 정갈하다. 된장찌개도 삼삼하다. 그리고 가지나물과 오이무침, 콩나물 등 토속적인 반찬도 깔끔하다. 허브새싹비빔밥 7000원, 참샘된장정식 6000원. 허브 돈가스(예약 주문) 70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