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33) 김해 하사촌마을 올해 도랑 살리기 벽화로 '마침표'

경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 3학년 정원정 학생은 지난 27일 오전 한 시골 마을로 향했다.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김해시 생림면 사촌리 하사촌마을이다. 원정 학생은 같은 학교 친구들, 후배들과 함께 마을회관에서 가까운 벽 앞에 섰다. 시골집들의 담벼락인데, 휑하니 비어 있었다. 이 벽을 따라 길을 내려가면, 도랑이 흐른다. 하사촌마을 도랑의 하류에 속하는 곳이다.

◇벽화로 아름다운 마무리 = 학생 10여 명은 가지고 온 페인트를 펼쳤다. 추위와 싸늘한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어 분홍색 분필로 스케치해놓은 벽에 알록달록 본격적으로 칠하기 시작했다. 경남애니메이션고(교장 김재호) 벽화 자원봉사 동아리 학생들이다.

이 가운데 정원정 학생은 "벽화 그리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무엇보다 만들고 나면, 기분이 좋고 뿌듯함이 크다"고 했다. 정필구 지도교사도 "텅 빈 공간을 아름다움으로 채워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벽화 그리기는 하사촌마을 올해 도랑 살리기 운동의 마침표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도랑을 살리는 곳에서 아이들은 아기자기한 벽화로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경남애니메이션고는 하사촌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도랑 살리기를 진행하는 화포천 환경지킴이와 협약을 맺었다.

경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학생들이 김해 하사촌마을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다.

학교에서 가깝기도 한 마을에서 도랑 정화 활동을 돕기로 했다. 벽화 그리기는 일종의 재능기부다. 참여한 학생 대부분이 고3이어서 고교시절 마지막 추억이기도 했다.

경남애니메이션고 벽화 동아리는 부산경남경마공원, 김해체육관, 장유면 고철상 벽면 등으로 벽화 작업에 대한 경험이 많았다. 학생들은 딸기, 단감, 소 등 김해시 특산물을 캐릭터화해 능숙하게 담벼락에 그려넣었다.

작은 화분부터 감나무,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밝고 다양한 그림으로 벽면을 채웠다. 추억을 불러일으킬 물동이를 이고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옛 도랑 주변의 정취를 그림으로 되살리는 셈이다. 지난 24일 시작한 '하사촌마을 아름다운 벽화 그리기'는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아크릴 페인트를 써서 그림과 바탕색까지 6~7년 이상은 거뜬히 지워지지 않고 남는단다.

◇마을에 찾아온 변화 = 150가구가 사는 하사촌마을의 도랑에 찾아온 변화도 크다.

우선, 물길이 살아났다. 기존에는 물이 흐르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땅속으로 스며들어 군데군데 물길이 발견될 뿐이었다.

이에 김해시 환경정책과, 화포천 환경지킴이(회장 이종우), 김해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회장 장성동), 한울타리가족봉사단 5기, 낙동강 환경지킴이, 경남애니메이션고 등이 나섰다.

도랑 한가운데 골을 만들어 물길을 연결했다. 곳곳에 물웅덩이도 만들어줬다. 양쪽 둔치에는 6년 동안 자란 창포 2000포기를 심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이 있는 집 근처 도랑 상류에서부터 도로와 인접한 하류까지다. 도랑 모습을 함부로 망가뜨리지 않고 미나리와 자연석 등을 그대로 남긴 구간도 있다. 반면, 여러 바위가 널브러져 도저히 손보지 않을 수 없던 구간에는 굴착기 등 장비가 수차례 투입됐고,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바위를 옮기는 수고도 있었다. 주민들은 결과에 만족했다. 하사촌마을 하원식(56) 이장도 웃으며 말했다.

"창포가 뿌리 내려 내년 봄에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꽃이 길게 피면, 정말로 마을이 멋져 보일 텐데. 관광객 유치 좀 하게 홍보 좀 해주소." 그만큼 올해 도랑 살리기 성과에 기대와 자부심이 크다.

화포천 환경지킴이 황찬선 사무국장이 김해 생림면 하사촌마을 도랑을 둘러보고 있다.

하사촌마을은 '친환경 축사'도 자리 잡은 곳이다. 주민 70%의 주된 업이기도 하다. 발효사료를 쓰고, 배설물 또한 발효시켜 퇴비화한다.

이 또한 도랑 오염을 막는 길이 되고 있다. 현재 마을 경로당 앞 실 공장으로 쓰였던 창고 2개 동은 철거돼 새 마을회관이 이 터에 지어질 예정이다.

이렇게 마을 풍경은 차츰차츰 달라지고 있다. 하 이장은 "도랑 살리기를 통해 마을 풍경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완전히 달라지기 어렵고, 오랜 시간 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마을 뒤편 무척산에서 많은 흙이 도랑을 타고 내려온다. 이 때문에 물이 흙더미에 막혀 흐름이 더디기도 하다. 비가 많이 오면, 더 많은 모래가 떠내려와 물길을 망가뜨린다.

화포천 환경지킴이 황찬선 사무국장은 "하사촌마을 도랑은 계속 지켜보고, 관리를 해줘야 하는 상태다. 꾸준히 살펴보면서 미나리 등 수생식물을 더 심을 예정이다. EM(유용 미생물군)을 계속 투입 중인데, 도랑 수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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