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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에 구워낸 장어…남강변 추억을 삼키다

[경남맛집] 진주 동성동 '유정장어'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진주를 대표하는 맛은 여럿 있지만, 손에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진주비빔밥, 진주냉면 그리고 '장어구이'이다.

진주성 촉석문 앞 강변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장어거리는 진주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이들 장어거리 내력은 대략 40년 넘게 내다보는데, 처음에는 남강 다리 아래 야외 포장마차에서 평상을 펴놓고 시작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 강변도로가 개통된 후 본격적으로 장어구이집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한 가게가 하나 둘씩 생겨나 현재 장어촌을 이루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집으로 이름난 데가 바로 '유정장어'다. 진주에서 '유정장어'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싶을 정도로 유명하다. 진주 사람들은 흔히 이 장어촌을 일군 첫 번째 집으로 '유정장어'를 꼽는다.

   
  계피, 감초 등 한약재로 양념한 장어구이./권영란 기자  

진주교에서 진주성 촉석문 쪽 강변도로를 향해 바라봤을 때, 화려한 한옥 기와가 인상적인 집이다. 멋들어진 외관에 눈이 빼앗기고 내부로 들어서면 독특한 인테리어에 다시 한 번 눈이 휘둥그레진다. 강변도로 옆에 난 입구로 들어서면 흰사슴 박제 장식이 손님을 반긴다. 계단 양 옆 진열장 내에는 수석들이 가득 진열돼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에 들어서면 더욱 놀라게 되는데, 벽면과 진열장에 각종 동물 박제와 수석, 자수정, 산호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모두 앞서 유정장어를 일군 강문식 씨가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현재 주인인 곽기영(46) 대표 소유다.

경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곽기영 사장은 진주상호저축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몇 해 뒤 은행일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으로 음식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바로 '리모델링 기차 레스토랑'이었다.

집안의 반대를 뿌리치면서까지 수명이 끝난 열차 기관실과 객차를 구입해, 지난 2000년부터 진주 인터체인지 옆 빈터에 '기차와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적잖은 실패를 맛봤다. 지금이야 이런 이색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지만,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 간 발상이었다. 이렇게 2년 만에 사업을 접은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왔다.

전통이 깃든 유서 깊은 맛으로 승승장구하던 유정장어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줄어든 손님에, 자금난까지 겹쳐 폐업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채권단인 당시 진주상호저축은행이 떠맡아 직접 경영까지 했지만, 적자만 더해질 뿐이었다. 보다 못한 은행 측은 곽 대표를 찾았다. 유정장어를 맡아 경영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레스토랑 실패로 아픔이 있었지만, 냉면을 통한 재기 또한 노리던 차에 받은 제안이었다.

폐업 직전인 가게를 당장 운영하기는 어려움이 따랐다. 때문에 저축은행 측에 리모델링비용 5억 원 대출 투자를 약속받은 후 승낙했다. 곽 대표는 이렇게 2002년 유정장어를 맡으면서 전 사장이 모은 다양한 박제·수석 등 동산까지 모두 사들였다.

유정장어는 민물장어와 바다장어를 함께 한다. 민물장어는 부산 내 한 양식장에서, 바다장어는 삼천포 또는 통영 근해에서 잡은 실붕장어를 쓴다. "삼천포 쪽 장어가 더 실하고 맛이 있는 편입니다. 섬이 많은 데다 조류가 빨라 활동성이 더 뛰어나 좀 더 육질이 차지고 쫀득하거든요."

장어는 한 번에 300㎏을 들여온다. 이를 30년 넘게 장어 손질에 몰두한 전문가들이 작업을 한다. 머리와 내장, 뼈를 제거한 장어는 연탄불에 초벌구이를 한 뒤 냉동실에서 보관한다.

장어를 냉동하는 것은 장어거리 형성의 역사적 연원에 맞닿는다. "옛날 장어거리를 지날 때면 손질한 장어를 널어 말리는 풍경이 익숙했죠. 아무래도 당시는 교통 수단이 발달되지 않았고 사천만은 멀어 대부분 죽은 장어를 손질해 썼거든요. 오죽하면 진주 사람들은 지금도 장어거리에서 장어를 잘 안 먹는다고들 해요. 죽은 장어 쓴다고…. 물론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생물을 들인 후 잘 손질해 냉동 보관을 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어요."

냉동 보관된 장어는 비법 양념을 발라 다시 한 번 연탄불에 구워내면 비로소 손님상으로 나간다. 민물장어는 '고추장 양념'과 '한방 간장 양념'이 함께, 바다장어는 '고추장 양념'을 바른 것만 나온다. 양념은 장어 뼈를 2~3일 동안 고아 걸쭉해진 육수를 기본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간장 양념은 걸쭉한 육수에 계피, 감초 같은 한약재와 마늘, 생강, 물엿 등으로 만드는데, 특이하게도 간장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단다. 단지 색깔이 간장색이 나서 간장 양념으로 부른다고….

   
  고추장 양념을 바른 장어구이는비릿함을 가려줘누구나 부담없이즐길 수 있다./권영란 기자  

먼저 간장 양념을 바른 민물장어구이 맛을 봤다. 물엿이 내는 자르르한 윤기 때문에 달짝지근한 맛이 강하게 돌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은은한 한방향이 입안에 그득 퍼진다. 육질은 단단하고 여물어 '탱글탱글'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씹으면 씹을수록 민물장어 특유의 비릿한 갯내음과 함께 고기 전체에 퍼진 지방질에서 배어 나오는 고소함이 입안을 간질인다. 고추장 양념 민물장어 구이는 비릿함을 재빠르게 가려줘, 민물장어를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없이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바다장어 맛 또한 일품이다. 흔히 바다장어구이하면, 살이 퍼석하고 기름기가 적어 신경 써서 굽지 않으면 깊은 맛을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 바다장어구이는 여느 것보다 살이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 원래 육질이 단단하고 여문 실붕장어 특성에 냉동 숙성 과정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지는 듯했다.

특히 연탄이 내는 은은한 향이 입 안에 퍼지면, 연세가 있는 식도락가들은 옛 추억에 잠길 듯 싶다. 다만 민감한 사람들에겐 장어 껍질이 연탄불에 그을리면서 내는 화학적 냄새와 맛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니 유념하시길. 장어구이와 함께 곁들일 식사로는 바다장어 머리와 뼈를 고아내 만든 '장어국'과 '메밀냉면'이 있다.

유유히 흐르는 진주 남강이 훤히 보이는 시원한 경치를 옆에 두고, 사랑하는 가족, 연인, 동료와 함께하는 멋들어진 한 끼 식사를 하고 싶다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안타까운 점은 진주시가 추진하는 진주외성 복원 및 공원조성 계획에 따라 오는 2014년 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민물장어구이 2만 5000원(1인분) △바다장어구이 1만 8000원(1인분) △낙지볶음 1만 6000원 △바다장어국 4000원 △메밀냉면 5000원.

□위치: 진주시 동성동 16-15번지. 055-746-9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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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