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59) 고니와 백조자리 그리고 여자

여름철 별자리 백조자리는 견우와 직녀와 함께 여름철 대삼각형을 만든다. 백조자리의 데네브, 직녀성 베가, 견우성 알타이르를 연결한 '여름철 대삼각형'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신들의 왕 제우스가 스파르타 왕비 레다에게 접근할 때 고니(백조)로 변신했다. 백조자리 시그너스(Cygnus)에 나오는 레다와 고니(백조)는 그리스로마신화가 지금까지 참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양 신화와 서양 별자리에 나오는 백조 이야기는 어떻게해서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2년 전 고니 그림을 찾던 중에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note.php?note_id=172755062765329)에서 신기한 고니 그림과 해설을 보았다.

아름다운 레다(Leda)를 본 제우스 신이 고니로 변신해서 사랑을 나누었고 그 사랑으로 레다는 고니 알을 낳았다. 이 알에서 태어난 아이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Hellene)이다. 우리나라 건국신화도 알에서 태어난 시조가 많은데 서양에도 알에서 태어난 신화를 보니 궁금해진다. 알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과 하늘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동양과 서양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화의 궁금점은 더해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레다와 고니〉.

구글 검색에서 'Leda and The Swan'을 치면 중세부터 현대까지 정말 많은 '레다와 고니'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을 보고 나면 보통 고니 그림에 아름다운 여인을 함께 그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고니로 변신한 제우스와 레다의 사랑까지는 이해가 되겠는데 그럼 왜 하필 제우스는 고니로 변신을 했을까? 제우스신이 멋진 독수리가 아니고 왜 여성스럽고 하얀 고니로 변신을 했을까?

페이스북 그림 페이지 '좋은 날개'를 운영하는 분은 댓글에서 '백조의 긴 목이 남자를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힌트를 준다. 자세히 찾아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풍의 고니 그림과 미켈란젤로 풍의 고니 그림이 서로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내셔널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는 '레다와 고니' 그림을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nationalgallery.org.uk)를 검색해서 들어가 본다. 다시 'Leda and The Swan'을 검색해서 그림을 확대해서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 풍의 그림이고 고니의 목이 남자를 상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켈란젤로 작 〈레다와 고니〉.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안데르센 동화 백조왕자와 미운 오리 새끼,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에서 백조,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여름철 대표 별자리 백조자리(Cygnus). 백조는 서양 동화와 음악에 나오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새이다.

서양에는 고니에 대한 신화와 그림이 참 많이 전해져 오는데 동양에서는 찾기 쉽지 않다. 서양에는 이렇게 많은데 동양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없는 것이 더 궁금해진다.

백조는 흰 백(白)자에 새 조(鳥)자를 써서 백조인데 우리말로 고니라고 부른다. '곤곤곤' 운다고 고니라고 부른다. 한자로 고니를 쓸 때 백조라는 말보다 고니 곡(鵠)자를 많이 쓴다. 곡곡(鵠鵠) 운다고 한자말도 곡(鵠)이다.

헤벨리우스 성도(1690년)의 고니자리.

조선왕조실록에는 백조라는 말은 거의 없고 고니는 천아(天鵝)라고 쓰여 있다. 중국어로 고니는 천아(天鵝)이다. 천아는 하늘 거위란 말인데 하늘이면 백조자리처럼 우주에서 온 새라는 뜻일까? 별자리 백조자리와 신화처럼 중국 고니 이름도 참 신비롭고 미스터리에 싸인 이름이다.

우리말은 고니이고 백조(白鳥)는 일본말이다. 아직도 고니를 모르는 사람이 많고 많은 사람이 백조로 알고 있다. 한 번 바뀐 문화가 다시 자리 잡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황국신민학교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뀐 지 20년이 되지 않았는데 국민학교라는 말이 참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머지않아 백조가 어색하고 고니가 자연스러운 입말이 될 것이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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