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27) 김해 생림면 하사촌마을

마을 회관에 다다라 차에서 내리자 소똥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역시 농촌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웬걸! 그리 냄새가 역하지 않은 듯했다. 축사가 있는 여느 곳보다 덜한 느낌이었다. 이후 마을을 둘러보면서 주민들이 수년째 '친환경 축사'를 운영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다시 말해 소한테 공장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로 축사에서 풍기는 소똥 냄새가 메스꺼운 까닭은 이 사료에 있다고 한다. 이처럼 김해시 생림면 사촌리 하사촌마을은 이른바 '친환경 축사'와 어우러지는 도랑 살리기 운동을 펴고 있다.

◇악취가 사라지고 구제역도 피해 갔다 = 지난 14일 하사촌마을 회관에서 골목길을 따라 20m 정도 올라가니 도랑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회관 근처는 도랑이 아스팔트 도로로 덮여 있다. 햇빛을 못 보고, 이 구간에서 정화 활동도 어려운 것은 주민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도랑을 찾아 올라가는 길 옆에 몇몇 축사가 있었다. 한 축사에 들어가 봤다. '친환경 축사'로 운영 방법을 바꾼 지 2년 정도 됐다는 이곳 주인은 "일손이 많이 들지만, 기존에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합사료를 쓰다가 발효사료로 바꿔 비용이 40%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무오염·무악취를 자랑하는 미생물 발효사료는 농가 비용부담을 덜어 줄 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위) 하천에 설치된 EM 발효액 통. /박일호 기자

발효사료는 농산물 부산물에 유산균, 효모 같은 미생물이 포함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다소 거칠어도 위장이 튼튼해지고 소나 돼지 등 가축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울러 배설물도 발효된다. 이는 축사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가 덜한 이유다. 또, 배설물은 톱밥과 EM(유용 미생물군) 활성액 등을 섞어 만들면, 농가에 필요한 거름이 된다. 더구나 비용 측면에서 농가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 이 같은 발효사료 사용은 확산하는 추세다. 돈을 거의 안 들여도 되는 농산물 부산물이 주로 쓰이고, 인공 사료를 살 돈을 아낄 수 있다.

지난 2010년 말 전국적인 구제역 발생에 김해지역도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하사촌마을만큼은 구제역을 피해 갔다. 마을 주민들은 발효사료를 쓴 축사 운영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확신한다.

다행히 오수관이 설치돼 있고, 공장도 거의 없다. 보통 축사는 도랑 오염원의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곳 축사에서 오염물이 나와 도랑으로 스며들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설령 빠져나간다고 해도 발효된 배설물이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법했다. 그래서인지 물은 상당히 맑았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싹트다 = 하사촌마을을 에워싼 무척산(703m)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마을을 가로지른다. 무척산은 모래가 많이 없는 산으로 통한다. 돌이 많아 석산으로도 불리는데, 그만큼 비가 오면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아래쪽으로 그냥 흘러가게 된다. 하사촌마을 도랑도 비가 많이 오면, 갑자기 물의 양이 늘어난다.

반면, 비가 안 올 때는 물이 말라 건조해지는 경우가 잦다. 도랑 바닥에 시멘트가 발려 있기도 한 모습은 이렇게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화가 심한 도랑 환경에서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도랑은 사촌천으로 흘러가 나중에는 화포천과 만나게 된다. 사촌천은 화포천 11개 지천 가운데 하나다. 화포천 또 하나의 최상류 도랑이라는 점에서 하사촌마을 도랑 살리기가 중요한 것이다.

환경 봉사 단체인 '화포천 환경 지킴이'는 지난해 화포천 11개 지류 가운데 무릉천의 최상류에 있는 김해시 한림면 병동리 어병마을에서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였다. 어병마을에 이어 하사촌마을 역시 화포천과 나아가 낙동강을 살리는 시작점이 됐다.

   

사실 주민 상당수가 축산업을 생업으로 삼는 곳이어서 발효사료 사용과 함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싹트기 시작했다. 140가구가 살고, 이 중 30여 가구가 축사를 운영한다. 또, 이 가운데 10% 정도는 대규모 축사이지만, 나머지는 소규모 축사다. 영세한 규모로 축산 방식이 잘 안 바뀌는 소규모 축사들이 동참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마찬가지로 도랑과 마을 살리기에 대한 기대도 최근 생겼다. 주민들은 올해 화포천 환경 지킴이와 함께 도랑과 마을 환경을 바꿀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주민 숙원 사업도 진행한다. 주민 의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예다.

소위 '공장 방출'이다. 수년 전 마을 기금 조성을 위해 임대해준 공장 터를 주민 품으로 다시 찾아오는 일이다. 이는 지난 7월 마을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오는 9~10월 동안 마을 회관 앞에 있는 실타래 공장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이 공장 터는 원래 마을 소유로 마을 수익 확보 차원에서 빌려준 것이었다. 공장이 떠나면, 꽤 넓은 주민 쉼터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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